← S급 게이트의 마지막 생존자동굴의 공기가 생선 비린내와 부패한 흙의 냄새를 섞어 내뱉었다.
준혁은 숨을 얕게 쉬며 펜을 움직였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건 떨림이 아니라 진동이었다. 심장이 울렁거리면서 가슴 전체를 울리는 그런 진동.
*움직임 감지. 방향 불명확. 거리 추정 약 40미터 이상. 음향 진동으로 인한 이동 추측.*
펜은 노트 위에서 멈추지 않았다. 준혁의 손은 자동으로 움직였다. 마치 몸이 따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주변의 발광 이끼가 더 어두워 보였다. 아니, 어두워진 게 아니었다. 준혁의 눈동자가 확장되어서 모든 것이 더 선명해진 것뿐이었다. 공포 상태. 생존 모드.
동굴의 천장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손전등 빛이 위로 올라가다가 어디선가 사라졌다. 마치 천장 자체가 없는 것처럼. 아니면 너무 높아서 빛이 닿지 않는 것처럼.
박서연이 검을 뽑는 소리가 났다. 금속음이 동굴 전체에 울렸다. 그 울음이 돌아다니며 여러 번 반복되었다. 에코. 이 공간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알려주는 소리였다.
준혁은 그것도 기록했다.
*동굴 내 음향 반향. 추정 규모 최소 1km 이상 높이. 석회암 계열 암석. 음파 진동 약 3초 지속.*
최민준의 검이 희미한 빛에 반사되었다. 그 반사광이 준혁의 눈에 들어왔다. 한순간, 준혁은 그 칼날이 노란색이 아니라 빨간색으로 보였다.
죽음의 색깔.
"뭐가 움직이는 거 같은데."
오지은이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일반적인 톤을 유지했지만, 준혁은 알아챘다. 그녀도 두렵다는 것을.
E급 시체의 옆에 섰던 박서연의 눈이 예리해졌다. 그녀는 여전히 검을 들고 있었고, 그 검은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준비된 자의 움직임. 경험한 자의 움직임.
"모두 대형 몬스터 대형전 포지션."
박서연의 명령이 떨어졌다.
준혁은 팀의 맨 뒤에 섰다. 이게 맞는 위치였다. E급 지원직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펜을 놓고 칼을 들 수도 있었지만, 그건 자살행위였다. 그보다는 기록하는 게 낫다. 누군가는 이것을 기억해야 했다. 누군가는 이것을 남겨야 했다.
동굴 깊숙한 곳에서 또 다른 소리가 났다.
이번엔 음향이 아니었다. 물리적인 소리였다. 뭔가가 움직이는 소리. 물에 빠진 것처럼 젖은 소리. 피부와 슬라임이 마찰되는 그런 음성.
준혁의 펜이 멈췄다.
"준혁, 뭐가 보여?"
박서연이 물었다. 그녀는 준혁의 능력을 알았다. 아주 약간은 아니지만. 최민준이 준혁을 데려온 이유는 이것 때문일 거라고 준혁은 추측했다.
"보이지 않습니다."
준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그것을 숨기려고 했지만, 숨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준혁은 펜을 다시 움직였다. 손이 떨렸지만, 손가락이 옮기는 글씨는 정확했다.
*미확인 대형 몬스터. 이동 속도 약 초속 8미터. 육지에서의 이동음. 발을 구르는 방식이 아닌 미끄럼식 이동. 다리 개수 불명확. 최소 4개 이상. 피부질감 습윤. 체액 분비 추정.*
준혁은 그것을 읽지 않았다. 그저 펼친 노트 위에 남겼다. 누군가 이것을 볼 사람을 위해.
아니, 한 명이 남아 있으면 이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문득.
어둠 속에서 눈이 빛났다. 두 개의 눈이 아니었다. 준혁은 세었다. 하나, 둘, 셋... 여섯. 그 이상.
발광하는 눈들이 준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저건..."
오지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박서연은 말하지 않았다. 그저 검을 들었다. 다리를 벌렸다. 전투 태세.
최민준도 마찬가지였다.
준혁은 펜을 움직였다.
*다중 발광 기관. 추정 몬스터 체장 5미터 이상. S급 이상의 위협 수준. 복합 신경계 추정. 지능형 몬스터. 협력 사냥 가능성.*
어둠에서 그것이 나왔다.
촉수.
길고, 끈기 있고, 끝에 흡반이 달린 여러 개의 촉수가 동굴 벽을 타고 내려왔다. 그것들은 마치 뱀처럼 좌우로 흔들리며 팀을 향해 움직였다.
준혁은 뒷걸음질을 쳤다.
펜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전투 개시. 0초.*
박서연의 검이 공중을 갈랐다.
은색 궤적이 어둠을 가르며 촉수를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촉수들이 좌측으로 재빠르게 굽어졌다. 칼날이 공기를 끊었고, 촉수 하나가 미끄러운 궤적을 그리며 박서연의 옆구리를 노렸다.
"좌측 이동!"
박서연의 목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명령이 아니라 선포였다. 그녀의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어깨가 돌고, 검의 각도가 바뀌었다. 촉수와 칼날이 맞닿았을 때 나는 소리—*찰칵*—습윤함과 금속의 충돌음이었다.
최민준이 재빠르게 박서연의 뒤로 돌았다. 그의 손에 들린 쌍검이 반짝였다. 촉수 무리 중 가장 아래쪽 것이 그의 머리를 향해 내려찍었다. 그는 몸을 굴려 피했고—동시에 검 하나가 위로 휘어올라갔다. 촉수의 끝 부분이 잘려나갔다.
짙은 액체가 튀어올랐다.
"아, 아!"
오지은이 비명을 질렀다. 그 액체는 동굴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지직거리는' 소리를 냈다. 피부를 태우는 음성. 산성이었다. 준혁은 무의식적으로 한 발 더 물러섰다.
*촉수 끝부분 자동 재생 추정. 산성 체액. 높은 부식성.*
노트에 손이 움직였다. 준혁의 눈은 전투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펜은 절대 멈추지 않았다.
박서연이 다시 움직였다.
"최민준, 좌측 광선에 집중! 나는 우측을 본다. 오지은, 뒤로!"
지휘는 명령이 아니었다. 예측이었다. 박서연은 마치 그 몬스터의 움직임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촉수 여러 개가 동시에 공격해올 때, 그녀의 검은 정확히 그 궤적들의 교점에서 반격하고 있었다.
"한 번 더!"
박서연이 외쳤다. 그 순간 어둠에서 새로운 것이 나타났다. 촉수가 아닌 다른 것. 더 굵은, 더 빠른 것.
준혁은 그걸 봤다.
몬스터의 몸통이 동굴 벽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문어처럼 보였지만, 그 몸은—그 몸은 피부가 아니었다. 비늘처럼 보이는 것들이 반짝였다. 불규칙한 형태의 비늘. 아니, 갑각. 아니, 더 정교한 것. 생체 갑옷처럼 보이는 외골격이 몸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촉수뿐만 아니라 본체 노출. 체장 추정 5.5~6미터. 외골격 보유. 흡수 또는 적응형 방어 메커니즘 추정.*
그것이 움직일 때마다 어둠이 떨렸다. 공기 자체가 압축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준혁의 가슴이 철렁했다. 이건 E급 사냥이 아니었다. 이건 그 어떤 개시문서도 예상하지 못한 규모였다.
최민준이 비명을 질렀다.
"박서연! 전력 전개!"
그의 얼굴이 창백했다. 그동안 자신감에 찬 얼굴이 순간 두려움으로 뒤바뀌었다. 촉수 하나가 그의 팔을 스쳐 지나갔고, 소매가 산성 액체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알았어!"
박서연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그녀가 쌍검을 모으기 시작했다. 두 검의 각도가 정확히 맞춰졌다. 칼날들이 겹쳐지며 빛났다. 그것은 마치—마치 단일 무기로 변형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그녀의 몸에서 새로운 기운이 나왔다.
*능력 발동. S급 헌터 특유의 기술인가. 정확한 분류 불가. 관찰 필요.*
준혁의 펜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박서연이 돌진했다. 그녀의 속도는 순간적이었다. 촉수 무리를 뚫고 몬스터의 본체에 직접 다가갔다. 그 순간—
몬스터가 울음을 냈다.
그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진동이었다. 동굴 전체를 울리는 저음의 울림. 준혁의 이빨이 떨렸다. 내장기관이 울렸다. 그 울음에는 지능이 있었다. 감정이 있었다.
분노.
"침착해! 나를 봐!"
박서연이 외쳤다. 그녀의 검이 몬스터의 외골격에 부딪혔다. 스파크가 튀었다. 금속 대 갑각의 충돌음이 동굴에 울렸다. 그리고—
반격이 왔다.
촉수 세 개가 박서연을 동시에 감싸려고 했다. 그녀는 몸을 굴려 피했지만, 한 촉수가 그녀의 다리를 스쳐갔다. 팔뚝이 노출되었다. 피가 나왔다.
"박서연!"
최민준이 재빠르게 박서연 앞으로 나섰다. 그의 검들이 날아오는 촉수들을 막아냈다. 하나, 둘, 셋. 그의 팔이 떨렸다. 이 강도는 그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가고 있었다.
준혁은 펜을 움직이며 뒷걸음질을 더 쳤다.
동굴 벽이 등에 닿았다.
그곳이 후퇴의 끝이었다. 앞으로는 죽음, 뒤로는 벽. 준혁은 그 벽에 기대어 기록했다.
*전투 개시 후 47초. 박서연 부상. 최민준 피로도 상승. 전투 지속성 낮음. 팀 생존 확률...*
펜이 멈췄다.
그는 숫자를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숫자는 너무 작았다.
어둠 속에서 여섯 개 이상의 눈이 빛났다. 그 눈들이 준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준혁의 펜이 다시 움직였다.
*우리는 여기서 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