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 없인 못 이겨요화면이 로딩 상태로 전환되었다.
검은 배경에 흰 글씨가 떴다.
**[S등급 던전 - 진입 대기 중]**
**[진입까지 남은 시간: 00:05:47]**
준호는 심호흡을 했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렸다.
채팅창을 켰다.
현재 시청자: **3명**.
언제나처럼.
그는 마이크를 켰다.
"어... 안녕하세요. 저 이준호입니다."
채팅창이 움직였다.
**[익명_1]**: "오 준호다 ㅋㅋ"
**[익명_2]**: "요즘 뭐해?"
**[익명_3]**: "오늘 뭐 할 거임?"
준호는 한숨을 쉬며 모니터를 바라봤다. 이 3명. 항상 이 3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말해야 했다.
"오늘... 좀 특이한 일이 생겼어요."
**[익명_1]**: "?"
**[익명_2]**: "뭐?"
**[익명_3]**: "드디어 논란인가 ㅋㅋㅋ"
준호는 웃음이 나왔다. 이상하게도.
"아니요. 그냥...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거든요."
그는 천천히 말했다.
"제가 F등급 플레이어인데, S등급 던전으로 매칭됐어요."
침묵.
3초.
**[익명_1]**: "뭐?"
**[익명_2]**: "ㅋㅋㅋㅋㅋㅋ"
**[익명_3]**: "이거 뭐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익명_2]**: "진짜?"
**[익명_1]**: "농담이지?"
**[익명_3]**: "아 진짜 웃기네 ㅋㅋㅋ"
준호는 채팅을 읽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농담 아니에요."
그는 화면을 공유했다. S등급 던전 매칭 화면이 시청자들에게 보였다.
**[익명_1]**: "?????"
**[익명_2]**: "진짜 S등급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익명_3]**: "이거... 죽는 거 아닌가? ㅋㅋㅋ"
"그렇긴 한데," 준호가 말했다. "일단 진입해 보려고요."
**[익명_1]**: "미쳤나 ㅋㅋㅋㅋ"
**[익명_2]**: "근데 왜?"
준호는 고민했다. 얼마나 말할지.
"운영진이... 진입을 권했어요."
**[익명_3]**: "운영진이? ㅋㅋㅋㅋㅋㅋㅋㅋ"
**[익명_1]**: "이거 뭔가 이상한데?"
**[익명_2]**: "혹시 유명해지려고?"
준호는 웃음을 흘렸다.
"유명해지려고 S등급 던전에 들어가겠어요? 난 죽고 싶은 건가 봐요."
**[익명_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준호 재밌다"
**[익명_1]**: "근데 진짜 가는 건가?"
**[익명_2]**: "진입까지 5분 남았네 ㅋㅋ"
준호는 화면의 타이머를 봤다.
**[진입까지 남은 시간: 00:05:12]**
"네, 가요."
그가 말했다.
**[익명_3]**: "너 진짜... 뭔가 미쳤는데?"
**[익명_1]**: "근데 만약 죽으면 어떻게 돼?"
"리스폰해요. 던전 시작점으로."
**[익명_2]**: "아 그럼 돈 줘도 된다는 뜻이네 ㅋㅋㅋ"
**[익명_3]**: "이거 뭐냐 ㅋㅋㅋㅋㅋ 후원이라도 해야 하나?"
준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후원? 날 죽이려고?"
**[익명_1]**: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익명_2]**: "아 진짜 준호 웃기다 ㅋㅋㅋ"
**[익명_3]**: "근데 진짜 뭐가 목표임? 던전 클리어?"
준호는 생각했다.
"네, 일단은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보자는 거예요."
**[익명_1]**: "F등급이 S등급 던전 버틴다고? ㅋㅋㅋ"
**[익명_2]**: "이거 기록 갱신 가능할 거 같은데?"
**[익명_3]**: "진입 1초 만에 죽는 거 기록인가? ㅋㅋㅋㅋㅋ"
채팅이 빠르게 움직였다. 3명이 계속 말을 거는 동안 화면에는 카운트다운이 계속 내려갔다.
**[진입까지 남은 시간: 00:03:28]**
준호는 헤드셋을 조정했다.
"혹시 모르니까 말인데," 그가 말했다. "내가 진입하면 뭔가 이상한 일이 생기면 말해 줄 수 있어요? 내가 놓친 게 있을 수 있으니까."
**[익명_1]**: "오? 뭔가 거창한데?"
**[익명_2]**: "이거 라이브 전술 조언인가? ㅋㅋㅋ"
**[익명_3]**: "좋아! 우리가 감시할게! 준호 화이팅! ㅋㅋㅋ"
**[익명_1]**: "근데 진짜 무섭진 않아?"
준호는 한숨을 쉬었다.
"무섭죠. 진짜 무서워요."
**[익명_2]**: "ㅋㅋㅋㅋㅋㅋㅋ"
**[익명_3]**: "그래도 간다고?"
"그래도 가야죠, 뭐."
**[진입까지 남은 시간: 00:01:47]**
준호는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뇌파 인터페이스 헤드셋이 그의 관자놀이에 밀착되어 있었다. 신경신호를 감지할 준비가 된 상태였다.
**[익명_1]**: "혹시 진짜 죽는 거면?"
"그럼 여기서 다시 봐요."
**[익명_2]**: "ㅋㅋㅋㅋㅋㅋㅋ 준호 대박이다"
**[익명_3]**: "이거 나중에 영상 올려야겠는데?"
준호가 웃음을 흘렸다.
"뭔 영상? 내가 죽는 영상을?"
**[익명_1]**: "그거 재미있을 것 같은데? ㅋㅋㅋ"
**[익명_2]**: "진짜 ㅋㅋㅋㅋㅋ"
**[익명_3]**: "'F등급이 S등급 던전에서 1초 만에 죽다' ㅋㅋㅋㅋㅋㅋ"
"그런 제목은 싫은데?"
**[진입까지 남은 시간: 00:00:43]**
준호의 손이 떨렸다.
"거의 다 왔네요."
**[익명_1]**: "진짜 할 거야?"
"네."
**[익명_2]**: "대박이네 ㅋㅋㅋ"
**[익명_3]**: "준호 화이팅!!!"
**[진입까지 남은 시간: 00:00:20]**
준호는 눈을 감았다.
루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나]**: "준호님, 진입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뇌파 동기화 시작합니다."
"네."
화면이 흰색으로 변했다.
**[익명_1]**: "오!"
**[익명_2]**: "진입한다!"
**[익명_3]**: "와!!!!"
시각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현실이 흐릿해졌다.
준호는 자신이 어딘가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중력이 사라지고, 세계가 재구성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린 것은 채팅창의 목소리였다.
**[익명_3]**: "이거 뭐냐 ㅋㅋㅋㅋㅋ"
그리고 모든 것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검은색이 걷혔다.
준호의 눈이 떠졌다. 아니, 떠진 게 아니라 세계가 다시 그려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뇌파 인터페이스의 감각 렌더링이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느껴졌다.
먼저 들린 것은 소리였다.
어둠 속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 톡, 톡, 톡. 규칙적이면서도 불안정한 리듬. 마치 누군가의 맥박처럼.
다음은 냄새였다. 곰팡이와 금속 녹이 섞인 냄새. 준호는 분명히 머리로만 게임을 하는 중인데, 콧속에 이 냄새가 파고들었다.
"뭐... 이거?"
준호의 목소리가 나왔다. 게임 내 아바타가 입을 열었다. 자신의 음성을 들으며 준호는 섬뜩함을 느꼈다. 평소보다 더 낮고, 더 떨리고 있었다.
시야가 완전히 복구되었다.
돌 벽.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 습한 공기가 아바타의 피부를 어루만졌다. 게임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준호의 심박수는 올라갔다. 루나의 뇌파 동기화 기술은 공포도 동기화했다.
**[루나]**: "던전 진입을 완료했습니다. 현재 위치: S등급 던전 1층, 입구 홀."
화면 좌상단에 정보창이 떠올랐다.
**[준호의 상태]**
- 체력: 100/100
- 마나: 50/50
- 상태이상: 없음
**[던전 정보]**
- 난이도: S등급
- 추천 레벨: 350 이상
- 현재 진입자 레벨: 127
빨간색으로 표시된 수치가 시각을 자극했다. 추천 레벨과 자신의 레벨 사이의 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 한눈에 보였다.
"어... 이거 뭐야?"
준호가 중얼거렸다. 게임을 해본 지 5년이었지만, 이런 매칭은 처음이었다. 보통은 자신의 레벨에 맞는 던전으로만 들어갔다. 그리고 그 던전들도 항상 쉬웠다. 무명 스트리머는 쉬운 컨텐츠로 시청자를 모으는 게 정석이었다.
"루나, 이거 정상이야?"
**[루나]**: "시스템 상 오류 있습니다. 현재 상황 분석 중입니다. 준호님, 안전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을 권장합니다."
돌아가라?
준호는 웃음이 나왔다. 지난 3년간 월 100만 원도 못 벌던 스트리머가 S등급 던전에 들어온 순간을 내팽개칠 리가 없었다. 이게 버그든 오류든, 이 기회가 언제 또 올까?
**[익명_1]**: "어? 루나가 오류라고?"
**[익명_2]**: "ㅋㅋㅋㅋㅋ 준호 죽겠네"
**[익명_3]**: "아니 나가!!! 진짜 위험해!!!"
채팅창이 폭발했다. 준호는 채팅을 읽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집중이 필요했다.
"계속 진행할게."
준호가 말했다. 아바타가 움직였다. 게임 조종감이 자연스러웠다. 뇌파 동기화 기술이 생각을 직접 조작으로 변환했다. 컨트롤러나 키보드 같은 매개물이 없었다. 그저 생각하고, 몸이 움직였다.
돌 복도를 따라 걸었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더 커졌다. 톡, 톡, 톡. 마치 누군가 손가락으로 드럼을 두드리는 것처럼. 준호는 그 리듬에 자신의 발걸음을 맞췄다.
그러다 멈췄다.
앞쪽에서 빛이 났다. 미약하지만, 확실한 적색. 마치 누군가의 눈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처럼.
준호의 심박수가 다시 올라갔다.
**[루나]**: "준호님, 전방에 적 신호 감지. 거리: 약 15미터."
"뭐야, 그거?"
**[루나]**: "분석 중입니다. 생물 특성상... 예상 난이도가 높습니다."
"얼마나 높은데?"
**[루나]**: "S등급 던전의 최초 조우 몬스터 치고는 이상합니다."
빛이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소리가 났다.
짹—— 짹짹짹.
그것은 동물의 울음이 아니었다. 마치 금속이 금속과 부딪히며 나는 소리처럼 날카롭고, 불규칙했다.
검은 곱슬머리가 어둠에서 솟아올랐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머리였다. 그것이 머리인지 몸통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기형적이었다. 무수한 가시 같은 돌출물이 덮여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서 적색 눈들이 깜빡였다.
하나, 둘, 셋...
준호는 세는 것을 포기했다. 몇십 개는 넘는 눈이 한 몸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을 때, 준호는 처음으로 게임 내에서 비명을 질렀다.
"어... 어?!"
크리처는 거미였다. 하지만 거미라고 부르기엔 너무 거대했다. 몸통만 해도 자동차 크기였고, 다리는 여덟 개가 아니라 훨씬 많았다. 십 수 개의 다리가 돌 바닥을 두드리며, 그 사이를 미끄러지듯이 움직였다.
피부는 검은색이 아니라 갈색.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색상이었다. 마치 썩어가는 고기처럼 보였다.
가장 끔찍한 것은 입이었다.
입이 하나가 아니었다.
앞쪽 얼굴에 하나. 그리고 배에도 하나. 그리고 또... 옆구리에도.
세 개의 입이 동시에 열렸다.
**[루나]**: "식충성 다중 구강 아라크니드. S등급 던전 초기 게이트키퍼 추정. 체력 약 5,000, 공격력 약 380. 준호님, 즉시 후퇴를 권장합니다."
"5,000?"
준호의 체력은 100이었다.
한 번에 50대를 맞으면 절반이 날아간다는 뜻이었다. 두 번 맞으면 끝이었다.
거미의 눈들이 준호를 향해 초점을 맞췄다.
모든 적색 눈이 동시에 빛났다.
그리고 거미가 움직였다.
다리들이 돌 바닥을 내팽개치며 달려왔다. 속도는 비현실적이었다. 마치 천장과 벽을 동시에 타고 이동하는 것처럼 3차원적으로 움직였다.
거리는 단숨에 10미터가 되었다.
그 순간, 거미의 앞쪽 입이 열렸다.
검은 액체가 분사되었다. 마치 산을 뿌리는 것처럼. 거미줄이 아니라, 그것은 독이었다. 공기를 태우며 떨어지는 액체였다.
준호는 본능적으로 몸을 굴렸다.
독액이 자신의 옆을 지나갔다. 돌 벽에 닿은 부분이 '쐉'하고 녹아내렸다.
"미친!"
준호가 외쳤다.
거미는 멈추지 않았다. 배의 입에서 또 다른 액체가 분사되었다. 이번엔 피할 시간도 없었다.
준호는 본능적으로 손을 들었다.
**[루나]**: "방어 스킬 자동 발동 중—"
하얀 빛이 준호의 손에서 터져나왔다. 마나 방패. 기본 디펜스 스킬. 데미지를 50% 흡수한다.
독액이 방패에 부딪혔다.
**[준호]**: 체력 -25 / 현재 체력: 75/100
한 번의 공격으로 25를 잃었다.
그리고 거미는 여전히 달려오고 있었다.
채팅창이 폭발했다.
**[익명_1]**: "도망쳐!!!"
**[익명_2]**: "이게 뭐야 ㅋㅋㅋㅋ"
**[익명_3]**: "진짜 죽는다...!!"
거미가 이제 5미터 거리까지 왔다.
다리가 준호의 머리 위로 내려꽂혔다.
준호는 몸을 굴려 피했다. 다리가 자신이 있던 곳의 돌을 관통했다. 웅... 하고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다리의 끝은 날카로운 갈고리처럼 갈려 있었다.
준호는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때, 채팅창에서 뭔가 다른 신호가 떨어졌다.
**[익명_2]**: "왼쪽으로!!!"
준호는 생각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왼쪽으로 굴렀다.
거미의 또 다른 다리가 그의 오른쪽 옆을 스쳤다. 따뜻한 액체가 팔을 스쳤다. 독액이었다.
**[준호]**: 체력 -10 / 현재 체력: 65/100
그 순간, 무언가 이상했다.
채팅창의 "왼쪽으로!!!"라는 외침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마치 거미의 움직임을 미리 아는 것처럼.
루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나]**: "준호님...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루나]**: "채팅 신호가 게임 시스템과 동기화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상이 아닙니다."
거미가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채팅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떨어졌다.
**[익명_3]**: "오른쪽 회피!!!"
준호는 또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거미의 입에서 분사된 독액이 다시 공중을 지나갔다.
**[루나]**: "이것은... 게임 로직을 초월한 신호입니다. 준호님, 채팅창의 지시가 게임의 몬스터 패턴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루나]**: "확률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것은..."
루나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 그 사이, 거미가 마지막 공격을 날렸다. 배의 입이 열렸다. 가장 거대한 독액 분사였다. 마치 포를 쏘는 것처럼.
**[익명_1]**: "정중앙 점프!!!"
준호는 점프했다.
독액이 그의 발을 스쳤다. 발에 화상 데미지를 입었다. 하지만 죽지는 않았다.
거미가 한 번 더 움직이려다... 멈췄다.
그것의 눈들이 모두 준호에게 고정되었다.
채팅창이 폭발했다.
**[익명_2]**: "뭐야 이거 뭐냐고!!!"
**[익명_3]**: "우리 말이 맞네?"
그리고 가장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루나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무언가의 목소리가.
**[루나]**: "준호님, 시스템이 변칙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게임이 아닙니다. 이것은..."
음성이 끊겼다.
그 순간, 거미의 입이 다시 열렸다.
하지만 이번엔 준호를 향하지 않았다.
화면 위쪽을 향했다.
마치 무언가를 인식하는 것처럼.
그리고 준호의 귀에 들린 것은 루나의 떨리는 목소리였다.
**[루나]**: "관찰자가... 개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