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울하게 죽은 나, 원수 가문 막내로 환생했다침대에서 내려오는 것부터 힘들었다.
어린 몸은 생각보다 훨씬 약했다. 카이센은 기사 시절, 부상을 입고도 전장을 누비던 경험이 있었다. 팔이 부러져도 칼을 들 수 있었고, 늑골이 금가도 말을 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몸은 달랐다. 침대 모서리에 발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종아리에 떨림이 생겼다.
마리아가 떠난 후 거의 한 시간이 지났다. 저택은 조용했다. 아침의 햇빛이 창을 통해 들어왔고, 복도 어딘가에서 하인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카이센은 문을 열었다.
복도는 길었다. 양쪽으로 초상화들이 걸려 있었다. 카르디언 가문의 역사를 기록한 얼굴들. 그중 한 명은 현재의 가주, 발렌티나였다. 초상화 속의 그녀는 미소짓고 있었다. 권력의 미소. 카이센은 그 초상화 앞에서 잠시 멈췄다.
곧 그것을 뒤로하고 걸어갔다.
저택의 구조는 대체로 기억에 있었다. 다섯 년 전, 카이센이 기사로서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조사 차원에서. 그때의 저택은 지금과 달랐지만, 근본적인 배치는 같았다. 3층 높이의 거대한 건물. 중앙홀을 중심으로 좌우 날개로 나뉜 구조. 그리고 지하.
카이센은 계단을 내려가기로 했다.
1층 복도에서 처음 마주친 것은 루시아였다.
"레온 도련님!"
하인 복장을 한 여성이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카이센은 그녀를 인식했다. STORY BIBLE에는 없지만, 저택의 하인들 중 하나. 아마도 레온의 방을 담당하는 시녀일 것이다. 그녀의 눈에는 순수함과 걱정이 섞여 있었다.
"아직 열병이 다 내려가지 않으셨는데, 혼자 다니시면 어떻게 합니까?"
카이센은 약한 미소를 지었다. 어린 레온처럼. 과거 다섯 년의 기억이 도움이 되었다. 레온은 대체로 조용하고, 말이 적고, 자주 아팠다.
"그냥 좀 걸어보고 싶었어."
그의 목소리는 어렸다. 여전히 적응이 필요했다.
루시아는 불안해하며 그를 따라왔다. "도련님, 제가 모시겠습니다. 여기는 어두운 곳도 많고..."
카이센은 거절하지 않았다. 루시아가 따라오는 것이 오히려 유리했다. 그녀는 저택의 일상을 알고 있을 것이고, 그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식당은 어디지?"
"이쪽입니다, 도련님."
루시아가 걸어갔다. 카이센은 그녀를 따랐다. 복도를 지나며 그는 저택의 세부사항을 관찰했다. 벽의 패턴, 창문의 위치, 다른 방으로 들어가는 문들. 모든 것이 지도처럼 뇌에 입력되었다.
그들이 식당에 도착했을 때, 시몬과 엘리아가 이미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 레온이?"
시몬이 숟가락을 놓고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놀람이 없었다. 대신 가벼운 경멸이 있었다. 카이센은 그것을 읽었다. 기사 시절 수많은 전투에서 읽어낸 감정의 색깔들.
"아직도 병신처럼 누워있는 줄 알았는데."
엘리아는 더 세련되었다. 그녀는 카이센을 바라봤지만, 그 시선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식탁의 한 부분을 보는 것처럼. 자동으로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는 시선.
카이센은 식탁에 앉았다. 루시아가 빠르게 음식을 담아 그 앞에 놓았다.
"열병이 나으셨으니 다행입니다, 도련님."
"응. 고마워, 루시아."
그것이 전부였다. 식탁은 다시 조용해졌다. 시몬은 계속 먹었고, 엘리아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아무도 카이센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아무도 그의 안부를 묻지 않았다.
카이센은 숟가락을 들었다. 음식은 맛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먹으며 자신의 형과 누나를 관찰했다.
시몬은 19세였다. 고급 기사 학원을 졸업하고, 최근 왕국 기사단의 정식 멤버가 되었다. 그의 팔뚝은 근육질이었고, 손에는 검을 다루는 굳은살이 있었다. 그는 기사로서 유능해 보였다. 하지만 카이센이 감지한 것은 다른 것이었다.
그의 눈에 두려움이 있었다.
미세한 것이었지만, 분명했다. 좌측 눈이 가끔 깜박거렸고, 그의 왼손이 식탁 아래서 자주 움직였다. 신경계 불안정. 어쩌면 최근의 균열 진입에서 뭔가를 경험했을 수도 있었다.
엘리아는 더 흥미로웠다.
그녀는 17세였고, 공식적으로는 귀족 여성으로서 사교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에는 잉크 자국이 있었다. 문서를 많이 다루는 사람의 손가락. 그리고 그녀의 눈은 계속 움직였다. 계산하듯이. 무언가를 계획하는 사람의 눈.
"시몬 형, 다음 균열 진입은 언제야?"
엘리아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친근했지만, 그 아래에는 다른 뜻이 있었다.
"모르지. 어머니가 정할 것이다."
시몬의 대답은 짧았다. 그리고 그 짧음 속에는 불만이 있었다.
"빨리 높은 난이도 균열을 공략해야 형의 능력치가 올라갈 텐데."
"상관없다."
시몬이 포크를 내려놓았다. "어차피 넷째는 어떻게 되든..."
그의 시선이 카이센에게로 향했다. 완전히 무시하는 눈. 어린 형제는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 변수였다.
카이센은 밥을 먹었다.
"형은 아직도 나를 형이라고 생각해?"
카이센이 물었다. 목소리는 약했다. 어린아이처럼.
시몬이 웃음을 터뜨렸다. "형이라고? 넌 아직도 그런 걸 신경 써? 넌 그냥..."
"그만해, 시몬."
엘리아가 끼어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명령조였다. 시몬은 다시 음식으로 돌아갔다.
엘리아는 카이센을 바라봤다. 그 순간만큼은, 그녀의 눈에 뭔가가 있었다. 호기심. 아니면 계산. 카이센은 구별할 수 없었다.
"레온, 열병이 심했다고 들었어. 좋아졌니?"
"네. 감사합니다, 누나."
"다행이네."
엘리아는 다시 창밖을 봤다. 대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카이센은 계속 먹었다. 그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있었다. 저택의 지하실. 그곳에 있을 비밀 균열 진입로. 그리고 에센스 저장고.
식사를 마친 후, 카이센은 루시아에게 물었다.
"저 아래는 뭐가 있어?"
"아래요?"
루시아가 자신도 모르게 불안해했다.
"네, 지하실 말입니다. 가주님께서 특별히 금지하신 곳입니다. 도련님도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왜?"
"그건... 제가 알 수 없습니다."
루시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명백히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발렌티나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뭔가 다른 것에 대한 것이었다.
카이센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그는 저택의 다른 부분들을 탐색했다. 서쪽 날개. 동쪽 날개. 도서관. 무기실. 모든 방을 지나갔다. 그리고 각각에서 무언가를 배웠다.
도서관에서 그는 발렌티나의 정치적 네트워크에 관한 문서들을 찾았다. 아직 읽을 수는 없었지만, 존재 자체를 알았다.
무기실에서 그는 최근에 사용된 흔적이 있는 검을 발견했다. 시몬의 것일 것이다. 그 검의 칼날에는 미세한 흠집이 있었다. 균열 내의 몬스터와의 전투로 인한 것.
그리고 오후 늦게, 카이센은 발렌티나를 마주쳤다.
저택의 중앙홀에서. 그녀는 정치인들과 함께 있었다. 회의를 방금 마친 것처럼 보였다.
"어, 레온?"
발렌티나가 카이센을 봤을 때의 표정은 특별했다. 놀람이 아니었다. 그냥 약간의... 관심 부족. 마치 가구를 보는 것처럼.
"열병이 나았나?"
"네, 어머니."
카이센이 고개를 숙였다.
"다행이군."
발렌티나는 더 이상 그를 보지 않았다. 그녀는 정치인들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
카이센은 중앙홀에 서 있었다. 거대한 천장이 그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그 천장 너머에는, 여전히 진실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어린 손을 들었다. 여전히 약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이 저택의 구조를 알았다. 가족의 약점을 알았다. 그리고 발렌티나가 자신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것은 유리했다.
무시받는 사람은 그림자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
카이센은 지하실로 가는 길을 찾기로 결심했다.
# SCENE: 발렌티나 가주
저택의 중앙홀에서 발렌티나를 마주친 지 사흘이 지났다.
카이센은 그날 밤 루시아를 통해 알아냈다. 가주가 오늘 오후 개인 업무실에서 혼자 있을 시간이 있다는 것을.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정치인들이 떠난 뒤의 그 짧은 시간.
그 시간을 기다렸다.
어린 발걸음으로 복도를 거닐며, 카이센은 자신의 심장이 어떤 속도로 뛰고 있는지 감지했다. 빨랐다. 하지만 불안감은 없었다. 분노도. 그것은 이미 5년 전에 소진되었다.
남은 것은 냉철함뿐이었다.
발렌티나의 업무실은 2층, 북쪽 복도의 끝. 대리석으로 장식된 문. 문 앞에 서자, 카이센은 한 번 깊게 숨을 쉬었다.
그리고 노크했다.
"들어와."
목소리가 나왔다. 낮고, 명령조였다.
문을 밀었다.
---
발렌티나 카르디언은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책상은 거대했다. 카이센의 어린 눈으로 봐도, 그 크기는 압도적이었다. 서류들이 정돈되게 쌓여 있었고, 그녀의 손은 펜을 들고 있었다. 서명 중이었던 것 같다.
그녀는 펜을 놓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레온."
발렌티나의 눈이 카이센을 훑었다. 위에서 아래로. 마치 검사하듯. 마치 평가하듯.
카이센은 그 눈빛을 알았다.
전생에서 수백 번 봤다. 기사단 내에서. 정치인들의 눈빛. 권력자들의 눈빛. 자신보다 약한 것을 재는 눈.
하지만 발렌티나의 눈은 조금 달랐다. 그 안에는 계산이 있었다. 순수한 경멸이 아니라, 효용성을 재는 계산.
"열병이 완전히 나았나?"
"예, 어머니."
카이센이 대답했다. 목소리는 약했다. 어린 아이처럼. 그것이 필요했다.
발렌티나는 다시 서류에 시선을 내렸다. 그것이 신호였다. 이 면접은 이미 끝났다는 신호.
"다행이군. 의료비가 만만치 않으니까."
카이센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것은 무심한 말이었다. 마치 창고의 물건이 비싼지 확인하는 것처럼. 아들이 아니라. 자산을 확인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 순간, 카이센은 깨달았다.
이 여자가 자신을 죽게 내버뒀다는 것을. 5년 전, 기사 카이센이 누명을 뒤집어썼을 때, 이 여자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니. 더 정확히는, 그 누명이 필요했다는 것을.
카이센의 모든 감각이 깨어났다.
"어머니, 질문이 있습니다."
카이센이 말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약했지만, 그 안에는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호기심. 무해한 어린아이의 호기심.
발렌티나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약간의 놀람이 있었다. 레온이 자발적으로 말을 걸기는 드물었다.
"뭔가?"
"아버지는... 어디에 계신가요?"
침묵이 떨어졌다.
발렌티나의 손이 멈췄다. 펜을 들고 있던 손이. 몇 초간,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는 펜을 내려놨다.
"아버지는 죽었다, 레온."
"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요?"
"그것은 너가 알 필요 없는 일이다."
발렌티나의 목소리가 변했다. 낮아졌다. 더 차가워졌다. 그리고 그 차가움 속에는, 카이센이 인식한 것—경고가 담겨 있었다.
카이센은 물러나지 않았다.
"어머니가 말씀하지 않으시면, 시몬 형과 엘리아 누나에게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그들도 모른다."
발렌티나가 끊었다. 그녀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진짜 위협이 담긴 눈.
"그리고 너도 알 필요가 없다. 이해했나?"
"예, 어머니."
카이센이 대답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발렌티나의 얼굴 한 곳이 이완되었다. 긴장이 풀린 것처럼. 마치 위협이 실제가 아니었음을 확인한 것처럼.
"너는... 이상하다."
발렌티나가 중얼거렸다. 마치 자신에게만 말하는 것처럼.
"뭐가요?"
"아무것도 아니다. 나가."
카이센이 돌아섰다. 문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레온."
발렌티나가 다시 말했다.
카이센이 멈췄다.
"네?"
"균열에 대해 묻지 마라. 지하실에 대해 묻지 마라. 그리고... 가족의 일에 코를 들이밀지 마라."
카이센의 등이 얼었다.
그녀가 알고 있었다. 무언가를. 레온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또는 레온이 원래 그런 아이라는 것을.
"예, 어머니."
"좋다. 나가."
카이센이 문을 열었다.
---
복도로 나온 후, 카이센은 몇 걸음을 더 걸었다. 그리고 벽 모서리에서 멈춰 섰다.
그의 어린 손이 벽을 짚었다. 마치 지탱이 필요한 것처럼. 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싶었다.
분노. 있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만큼 크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것이 있었다. 확신.
발렌티나 카르디언은 단순한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죽일 수 있는 여자였다. 이미 한 번 했으니, 다시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또한, 매우 신중했다. 위험을 피했다.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레온에게 경고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
카이센은 생각했다.
그것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보였다. 발렌티나가 무언가를 감지했다. 레온의 변화를. 그리고 그 변화가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렇다면, 발렌티나는 지금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가.
카이센의 눈이 곧게 떴다.
시몬.
그것이었다. 발렌티나의 모든 관심은 시몬에게 있었다. 장남. 후계자. 그리고 균열에 진입할 나이에 도달한 아들.
카이센은 서서히 웃음을 흘렸다. 소리 없는 웃음.
발렌티나는 자신이 레온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약한 아이라고. 무능한 아이라고. 그래서 경고만 했다. 충고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실수였다.
무시받는 사람은 그림자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림자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칼을 꺼낼 수 있었다.
카이센은 발렌티나를 향해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감사의 절. 아니, 확인의 절.
이제 모든 것이 명확했다.
발렌티나 카르디언은 자신을 죽인 여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아들을 죽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이번에는 자신이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