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락한 백작 영애, 냉혹한 공작과 계약 약혼합니다아침 햇살이 카렌의 방 창문을 통해 스며들었을 때, 그녀는 이미 깨어 있었다.
침대 위에 앉은 채 무릎 위에 놓인 일지를 들었다. 어제 밤 어둠 속에서 겨우 몇 페이지를 넘겼을 뿐이었다. 손가락이 떨렸고, 마음이 너무 급해서 글자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햇살이 명확했고, 그녀의 머리도 차가웠다.
일지의 표지를 다시 살폈다. 가죽은 낡았지만, 손질이 잘 되어 있었다. 누군가—아버지—가 정성스럽게 보관했다는 증거였다. 표지 안쪽에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도미닉 드 몬테로사. 1년째 관찰 기록."*
1년째. 관찰.
카렌의 눈이 좁혀졌다. 아버지가 3년 전에 돌아가셨다. 그렇다면 이 일지는 4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4년 전이라면... 사교계가 처음으로 '능력'에 대한 속삭임이 나돌던 시기였다. 공식적으로는 인정되지 않지만, 귀족들 사이에서는 누군가가 인간 이상의 것을 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던 때였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이것을 기록했다.
페이지를 천천히 넘겼다. 첫 번째 항목은 날짜와 함께 시작되었다.
*"4년 3월 15일. 백작 부인 에스텔라 산토스가 무도회에서 깨진 잔을 한 손으로 모았다고 한다. 다친 흔적이 없었다. 시녀들은 이를 목격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 명의 귀족이 보았다.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 왜?"*
카렌의 호흡이 가빠졌다. 산토스 가문. 비올레타의 가문이었다.
다음 페이지.
*"4월 2일. 마르쿠스 공자의 검술 실력이 갑자기 향상되었다. 평소 같은 상대에게 졌던 그가 이제는 이긴다. 변화가 있었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숨기고 있던 것일까?"*
그리고 또 다음.
*"4월 18일. 세 명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이 변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인물들만. 무엇이 그들을 다르게 만드는가?"*
카렌은 일지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아버지의 필적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가득 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글씨가 더 짧아지고, 여백이 늘어났다.
*"4월 말.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체계적이다. 마치... 게임처럼."*
게임.
카렌의 손가락이 그 단어에 머물렀다. 어제 밤 아드리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정말로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그 말 아래에 흐르던, 자신을 재는 듯한 찬 시선.
일지를 더 넘겼다. 이제 글은 더 조직적이었다. 마치 보고서처럼.
*"5월부터의 패턴 분석:*
*1. 변화를 겪는 인물들은 극한 상황을 경험했다.*
*- 에스텔라: 남편과의 불화 속에서 이혼 위기*
*- 마르쿠스: 형의 압박과 상속권 분쟁*
*- 나머지들: 각각의 절실함이 있었다.*
*2. 변화 후 그들은 수치를 본다고 한다.*
*- 힘, 민첩, 지능, 의지, 감지.*
*- 마치 게임의 인터페이스처럼.*
*3. 그들은 성장한다. 매우 빠르게.*
*- 일반인이 몇 달이 걸릴 일을 며칠 만에 해낸다.*
*- 이것은 자연적이지 않다."*
카렌의 호흡이 가빠졌다. 이것은 소문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직접 관찰했다. 직접 기록했다.
그다음 몇 페이지는 도표와 이름들로 가득 찼다. 능력을 각성한 인물들의 목록. 그들의 배경, 변화의 시점, 각성 후의 행동 패턴. 아버지는 정말로 학자처럼 이것을 연구했다.
하지만 페이지를 더 넘기자, 글의 톤이 바뀌었다.
*"6월 말. 나도 변했다."*
카렌의 손이 떨렸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무도회에서 나는 마리아 공작부인의 심장박동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내 옆에서 세 발자국 떨어져 있었는데."*
다음 페이지.
*"7월 3일. 더 이상 숨을 수 없다. 이것은 나도 게임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게임은 무엇인가? 누가 만들었는가? 그리고 왜?"*
그리고 이어지는 페이지들은 더 이상 조직적이지 않았다. 마치 불안감으로 써 내려간 것처럼.
*"7월 중순. 카스텔라노 공작을 만났다. 도미닉, 그가 말했다. 당신도 변했군. 내가 묻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면, 그는 웃었다. 웃음이 따뜻하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우리는 무언가 큰 것의 입구에 서 있다고. 이 게임이 진짜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깨달아야 한다고.*
*내가 물었다. 무엇을 해야 하냐고.*
*그는 대답했다. 아직은 알려줄 수 없다고. 하지만 곧 선택이 올 것이라고. 그리고 그때 당신은 결정해야 한다고. 가문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더 큰 것을 지킬 것인지를."*
카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머니가 말했던 것과 같은 말이었다. *"더 큰 무언가"*.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아버지도 알고 있었다. 아버지도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섰었다.
그 다음 페이지를 열었을 때, 카렌은 숨을 멈췄다.
거기에는 그림이 있었다. 펜으로 그려진 것으로, 많은 부분이 지워지고 다시 그려졌다. 그것은 균열처럼 보였다. 아니, 확실히 균열이었다. 세상의 일부가 찢어진 것처럼, 어둠이 흐르는 형태의 그림.
그리고 그 균열 주변에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균열. 처음 본 것은 6월 22일. 동쪽 외곽 숲. 그것은 실재한다. 손으로 만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 안에서 나오는 것들이 있다. 아직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것들은 인간이 아니다."*
카렌의 손이 일지를 쥐었다. 동쪽 외곽 숲. 그곳을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산책했던 장소였다.
*"7월 15일. 균열 근처로 계속 돌아간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마치 그곳이 나를 부르는 것 같다. 그 안에서 무언가가 있다. 나는 알 수 있다. 나는... 알고 있다."*
페이지를 넘겼다. 그다음은 반복되는 기록들이었다. 균열에 대한 관찰. 그 안에서 나오는 것들에 대한 설명. 그것들을 '몬스터'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그것들이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기록.
그리고 어느 날의 항목.
*"8월 1일. 아드리안을 만났다. 공작의 아들. 그 아이는 알고 있다. 나와 같은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오래 말하지 않았지만, 그 짧은 대화에서 나는 깨달았다. 그 아이는 이미 한 번 죽은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다시 살아가고 있다.*
*내가 물었다. 당신은 왜 게임에 들어왔냐고.*
*그는 대답했다. 게임이 아니라 이미 게임 안에 있었다고. 그리고 이제 나가는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나는 이해했다. 그 아이는 저주를 풀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나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카렌의 눈이 어두워졌다. 아버지는 망설였다. 그렇다면 마지막에 무엇을 선택했을까?
페이지를 더 빠르게 넘겼다. 글의 간격이 점점 더 띄어졌다. 아버지의 필적도 약해졌다.
*"9월. 아드리안의 아버지를 만났다. 공작. 그 자리에는 이사벨라도 있었다. 우리는 약속했다. 만약 게임이 진행된다면, 우리의 다음 세대가 할 일에 대해."*
*"그리고 나는 선택했다. 더 큰 것을 지키기로."*
카렌이 숨을 쉬었다. 아버지는 가문이 아니라 더 큰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내가 선택한 순간, 나는 느꼈다. 무언가가 나에게서 흘러나가고 있다는 것을.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이었다."*
마지막 페이지.
*"카렌에게. 만약 너가 이것을 읽고 있다면, 나는 이미 가지 않은 것이다. 미안하다. 그리고 내가 남긴 것을 받아들여 줄 것을 부탁한다. 너는 이제 이 게임의 일부다. 나와 아드리안의 아버지가 약속한 것, 그것이 너의 몫이다.*
*가문을 지키고 싶다면 지켜라. 하지만 그렇게 하면 더 큰 것을 잃을 것이다.*
*아니면 나처럼 선택하고, 우리가 지키려던 것을 완성하라.*
*그 균열 안에는 내가 만난 것들이 있다. 그것들은 나쁘지 않다. 단지 다를 뿐이다. 그것들을 이해하면, 넌 알 것이다.*
*사랑한다. 카렌.*
*—도미닉"*
카렌은 일지를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가슴이 떨렸다.
아버지는 죽은 게 아니었다. 아버지는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대가로 시간을 잃었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창문을 통해 동쪽을 바라봤다. 햇살이 숲 위를 스쳐 지나갔다. 그곳에 균열이 있다. 그곳에 아버지가 남긴 무언가가 있다.
카렌은 천천히 일어났다. 일지를 가슴에 안았다.
"오늘이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늘 저녁, 자신은 그곳으로 가야 했다. 아드리안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전에, 자신이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게임이 정말로 게임인지, 아니면 아버지가 말했듯이 더 큰 무언가인지.
카렌은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자신은 이제 다르게 보였다. 백작 영애가 아니었다. 게임의 플레이어였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게임을 깨뜨릴 준비를 하는 자."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 창밖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처럼.
카렌은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그 바람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친숙한 목소리였다.
아버지의 목소리.
비올레타는 카렌보다 먼저 카페에 도착해 있었다.
찬란한 오후 햇살이 유리창을 통해 흘러들어왔다. 테이블 구석, 다른 손님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자리에 앉아 있는 비올레타의 모습은 한 점 흠 없이 우아했다. 진주 장식이 달린 핸드백, 그 위에 소탈하게 얹힌 손. 하지만 그녀의 눈은 계속해서 카페의 입구를 향해 있었다.
카렌이 들어섰을 때, 비올레타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것은 사교계에서 흔히 보이는 상투적인 미소가 아니었다. 뭔가 더 깊은, 공모자끼리 나누는 그런 미소였다.
"너 혼자 왔네. 시종을 데려오지 않다니. 대담한데?"
비올레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카렌은 그녀의 대면에 앉으며 한숨을 지었다.
"혼자인 척하는 게 더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았어."
"맞아. 넌 항상 그렇더라. 정답을 정확하게 고르는 아이."
비올레타가 차 한 잔을 카렌 앞으로 밀어놨다. 이미 준비되어 있던 것이었다. 카렌은 잔을 들지 않았다. 비올레타를 바라봤다.
"아드리안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많겠지."
직설적이었다. 비올레타는 그것을 좋아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님 말이지. 그 남자는 사교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야."
"어떻게?"
"직접적으로 위험한 게 아니라, 다른 의미에서. 아드리안 드 카스텔라노는 6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냥 차갑기만 한 귀족이었어. 냉혈한 공작, 여자에게 관심 없는 남자, 그런 식의 평판이었지. 모두가 그를 피했어. 루시앙이 적어도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아드리안은 정말로 감정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거든."
카렌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비올레타가 계속했다.
"그런데 6개월 전부터 변했어. 아주 미묘하게.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듯이. 그 전까지는 공작가 일에만 집중했는데, 갑자기 사교 행사에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고, 여성 귀족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어."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는 게, 정확히 뭔데?"
비올레타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그건 넌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그 남자가 널 만났을 때 어땠어?"
카렌은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본 바로는, 아드리안은 너를 봤을 때 뭔가를 찾은 표정을 했어. 마치 오래 찾던 걸 발견했을 때의 그런 표정. 그리고 그 이후로 다른 여성들은 완전히 무시하기 시작했고, 너에게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
"그렇다고 해서 위험한 건 아니잖아."
"아니, 그게 위험한 거야. 카렌, 그 남자는 뭔가 큰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어.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비올레타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목소리를 낮췄다. 사교계 정보통의 모습이 아니라, 카렌의 친구의 모습이 드러났다.
"작년 중반부터 귀족 사회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몇몇 귀족들이 갑자기 강해진다거나, 아니면 반대로 약해진다거나, 아니면 아주 이상해진다거나... 그걸 말하는 사람들은 '각성'이라고 부르더라. 게임처럼 능력이 생기는 거라고."
카렌의 손이 찬 한 점 굳어졌다.
"그리고 넌 이미 알겠지만, 아드리안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야. 아니, 더 정확하게는... 아드리안은 그런 게 일어나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마치 자신이 설계한 일처럼."
"설계?"
"음,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아드리안이 움직인 이후에 주변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했어. 루시앙도, 몇몇 다른 귀족들도. 마치... 누군가를 일깨우듯이."
비올레타가 잠깐 멈췄다. 창밖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카렌의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거야. 아드리안의 아버지는 작년 이맘때쯤 죽었어. 공식적으로는 갑작스러운 병이라고 했지만, 사교계에선 다들 뭔가 이상하다고 봤어. 왜냐하면 그 남자가 죽기 몇 주 전에, 다른 귀족들과 뭔가를 약속한 것 같거든. 네 아버지와도."
카렌의 심장이 멈췄다.
"너희 아버지도 같은 시기에 돌아가셨지. 그것도 정말로 갑작스럽게. 그리고 그 이후로 너희 가문은..."
"내려앉았어."
카렌이 말을 완성했다.
비올레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넌 강한 아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넌 뭔가를 알아냈을 거야. 아버지의 유산이든, 뭔가든. 그래서 내가 너한테 말해주는 거야. 아드리안 드 카스텔라노는 단순한 남자가 아니야. 그 남자는 뭔가 큰 것을 위해 움직이고 있고, 너를 그 계획의 일부로 생각하고 있어."
카렌은 차를 집어 들었다. 손이 떨렸다. 마시지 않았다. 잔을 들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러면 넌 왜 나한테 이걸 말해주는 거야? 넌 루시앙과도 가깝잖아. 형이 더 이득이 될 텐데."
"루시앙?" 비올레타가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로 우아한 웃음이었다. "그 남자는 자기 형의 그림자야. 아드리안이 뭔가를 움직일 때마다 루시앙은 한 발 뒤처져 따라다니기만 해. 아, 그 남자는 야심이 있지. 야심은 많지. 하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는 모르는 것 같아."
비올레타가 테이블 너머로 손을 뻗어 카렌의 손등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나는... 나는 넌 아드리안과 다르다고 생각해. 그 남자는 뭔가를 거기서 얻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넌 그냥 살아남으려고 하는 거잖아. 너희 가문을 살리려고. 그런 넌 좋아. 그래서 말해주는 거야."
"그래서 내게 원하는 게 뭐야?"
직설적인 질문이었다. 비올레타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원하는 건 없어. 대신 조언해주고 싶어. 아드리안과 약혼을 하든 뭘 하든, 넌 항상 그 남자보다 한 발 앞서 있어야 해. 그 남자는 지능적이고, 계획적이고, 냉혈하니까. 만약 넌 그 남자의 한 수 뒤에 있으면, 넌 그냥 도구가 될 거야."
카렌은 차를 마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지금 사교계에서 아드리안을 관찰하는 사람이 또 한 명 있어. 던전 길드 마스터라고 불리는 남자, 마르쿠스 드 발렌시아라고 해. 그 남자는 각성 현상을 연구하는 학자인데, 아드리안에게 아주 관심이 많아. 넌 조심해야 해. 그 남자도 뭔가를 찾고 있는 것 같거든."
카렌의 눈이 좁혀졌다.
"마르쿠스 드 발렌시아?"
"응. 알아?"
"아니. 그냥... 이름을 처음 들었어."
거짓이었다. 하지만 비올레타는 묻지 않았다. 비올레타는 이미 카렌이 충분히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카렌은 차 잔을 내려놓고 창밖을 봤다. 햇살이 여전히 동쪽 숲을 비추고 있었다. 그곳에 균열이 있다. 그곳에 아버지의 흔적이 있다.
"고마워, 비올레타."
"뭘. 친구잖아."
비올레타가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는 걸 카렌도, 비올레타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