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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백작 영애, 냉혹한 공작과 계약 약혼합니다

2

무도회장의 현악 악단이 새로운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을 때, 아드리안은 움직였다. 그의 발걸음은 우아했다. 너무 우아해서 그것이 계산된 것인지 타고난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사람들이 자동으로 길을 열어주었다. 누구도 공작의 진행을 방해하려 하지 않았다. 카렌은 그의 궤적을 추적했다. 방향이 명확했다.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역시.' 카렌은 자신의 포지션을 조정했다. 척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왼쪽 어깨를 살짝 뒤로 빼고, 시선을 무도회장의 중앙 무대 쪽으로 향했다. 마치 자신은 어디든 있을 수 있는, 그래서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이 단지 운이 좋은 것처럼. 그런 모습이 필요했다. 아드리안이 도착했다. "춤을 추실래요?" 간단했다. 복잡한 수사도, 길고 긴 인사도 없었다. 질문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톤에는 확신이 깔려 있었다. 거절의 가능성을 애초에 계산하지 않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카렌은 천천히 그의 얼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과정을 의도적으로 늘였다. 마치 다른 곳에서 매우 흥미로운 무언가를 보고 있다가, 겨우 그의 목소리에 끌려온 것처럼. "흥미롭군요." 카렌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공작께서 직접 청을 하시다니요." "내가 손을 내밀었을 때는 보통 받아줍니다." 아드리안의 눈이 반짝였다. 그것은 자만이 아니었다. 단지 사실의 진술이었다. "그렇겠네요." 카렌이 샴페인 잔을 옆 테이블에 놓았다. 그 움직임도 느렸다. 마치 시간이 많고, 서두를 이유가 없는 사람처럼. 그 다음 그녀의 손을 아드리안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저는 보통의 사람들이 아닙니다." 아드리안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차가웠다. 너무 차가워서, 카렌은 잠깐 그것이 의도된 건지 아닌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평온했다. 그들이 무도회장의 중앙으로 움직일 때,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들을 따라왔다. 카렌은 그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을 신경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이면, 이미 졌다는 뜻이었다. 음악이 흘러나왔다. 왈츠였다. 천천하고 우아한 3박자. 아드리안이 그녀를 올바른 위치에 놓았다. 한 손은 그녀의 허리에, 다른 한 손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거리는 정확했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았다. "몬테로사 영애라고 불으시나요?" "카렌입니다." 카렌은 그의 어깨에 다른 손을 얹었다. 그의 체온은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차가웠다. 이제 그것은 의도된 것이라고 확신했다. "카렌." 아드리안이 이름을 반복했다. 마치 그것을 혀 위에서 굴려보며 맛을 보는 것처럼. "좋은 이름이군요." "감사합니다." 음악이 시작되자 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드리안은 잘 춤을 췄다. 그것은 놀랍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렇게 완벽할 것 같은 남자였으니까. 하지만 그의 움직임에서 뭔가 다른 것을 느꼈다. 그것은 계산이었다. "공작께서는 보통 사람들과는 춤을 추지 않으신가요?" 카렌의 질문이 날카로웠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질문처럼 들렸지만, 그 사이에는 여러 의미가 숨어 있었다. 너는 왜 나를 선택했는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너는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가. "보통은 하지 않습니다." 아드리안의 대답도 간단했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는 깊이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특별한 경우인가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드리안의 눈이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카렌은 그 순간 자신의 호흡이 멈췄음을 깨달았다. 그의 눈은 검은 것을 넘어 어떤 깊이가 있었다. 그 깊이 속에는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뭔가 어두운 것이. "아니면 정해진 계획일 수도 있습니다." 아드리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말은 마치 도발처럼 들렸다. 아니, 도발이었다. 카렌의 입가에 미소가 더 짙어졌다. "공작께서는 여성들을 계획하시나요?" "여성들이 아니라 특정한 것들을 계획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특정한 것들에 포함되어 있나요?" 아드리안이 그녀를 한 바퀴 돌렸다. 그 과정에서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것은 무도회의 규칙을 어기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었다. "아직 모르겠습니다." 아드리안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매우 가깝게 들렸다. "하지만 알아내는 것이 매우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카렌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극이었다. "공작께서는 모든 것을 계획하신다고요?" 카렌이 반격했다. "그렇다면 이 춤도 계획된 것인가요? 이 대화도?" "네." 답이 빨랐다. 너무 빨라서, 카렌은 그것이 솔직함인지 아니면 또 다른 계산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제 다음 질문도 예상하신 건가요?" "아마도." 음악이 절정에 다다랐다. 아드리안이 그녀를 더 빠르게 이끌었다. 다른 춤꾼들은 그들을 피했다. 마치 그들 주위에는 다른 공간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당신의 대답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아드리안이 음악의 마지막 음표가 울려 퍼지는 순간 그녀를 멈추게 했다. 그들은 무도회장의 중앙에 서 있었다. 모든 눈이 그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모든 것을 계획할 수는 없습니다." 카렌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명확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계획이 아니라 운명이고, 저는 그런 것을 믿지 않습니다." 아드리안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떠올랐다. 그것은 진정한 웃음이었다. 카렌은 그것을 느꼈다. "흥미롭군요." 아드리안이 그녀의 손을 놓으며 중얼거렸다. "정말로 흥미롭습니다." 그는 그녀에게 작은 절을 했다. 그 절의 깊이는 보통의 춤꾼에게 하는 인사보다 깊었다. "감사합니다. 카렌."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 정확히는 무도회장의 다른 곳으로 흩어진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카렌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주변의 눈들이 여전히 그녀에게 집중되어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여전히 아드리안의 손의 온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손의 차가움을 기억하고 있었다. '계획된 일이군.' 카렌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저는 계획을 어떻게 부술까.' 그녀는 자신의 샴페인 잔을 집어 들었다. 잔이 비어 있었다. 누군가 이미 마신 것 같았다. 카렌은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영향 범위를 처음으로 실감했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카렌은 게임에서 지는 법을 모르는 여자였다. 무도회장을 빠져나오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카렌은 의도적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시선들을 느껴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읽어내야 했다. 경멸. 호기심. 질시. 하지만 그 무엇도 지배적이지 않았다. 무도회장 중앙에서의 춤이 모든 것을 바꿔놨다. 공작이 자신을 초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복도를 지나며 카렌은 자신의 반사상을 거울에서 훑어봤다. 드레스의 주름은 완벽했다. 머리카락의 한 올도 제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뭔가 다른 것이 반짝이고 있었다. 각성. 또는 위험. "어디를 다니고 있는 거니?" 어머니의 목소리가 침실 앞에서 들렸다. 이사벨라는 이미 무도회복을 벗고 침가운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손에는 와인 잔이 들려 있었다. 무도회 후 항상 그랬다. 어머니는 술을 마시며 밤을 정리했다. "공작 저택에서 나왔습니다, 어머니." "공작 저택?" 이사벨라의 눈썹이 올라갔다. 그녀는 카렌을 한 번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 시선에는 어머니만의 특별한 능력이 담겨 있었다. 딸이 뭔가 숨기고 있는지 없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 "내가 아는 것으로는 당신은 무도회를 일찍 나갔다고 했는데." 카렌은 침실로 들어가며 천천히 말했다. "무도회에서 공작님을 만났습니다." 침실의 문을 닫지 않았다. 이사벨라가 따라올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호기심이 많은 여자였다. 특히 딸이 관련된 일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아드리안 공작?" "네, 어머니." 카렌은 드레스의 끈을 풀기 시작했다. 동작은 의도적으로 천천웠다. 어머니가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이사벨라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와인 잔을 책상 위에 내려놨다. 그것은 심각한 대화를 시작한다는 신호였다. "그 남자가 당신을 초대했다는 말인가?" "춤을 청했습니다." "춤을." 이사벨라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것은 계산하는 톤이었다. 카렌은 어머니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 사교계의 규칙을 따라 이 상황이 의미하는 바를 계산하고 있는 것이었다. "전체 무도회 앞에서?" "네." 카렌은 드레스를 완전히 벗었다. 속옷 차림의 자신을 어머니 앞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그것은 어릴 때부터의 습관이었다. 어머니 앞에서는 모든 것이 전술이었다. "어떤 춤이었니?" "왈츠입니다." "왈츠." 이사벨라는 와인 잔을 다시 들었다. 한 모금을 마셨다. 그리고 한참을 침묵했다. 카렌은 옷장을 열고 잠옷을 꺼내 입으면서 어머니의 침묵을 기다렸다. "당신의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나는 한 번 아드리안의 아버지와 춤을 추었다." 이사벨라가 갑자기 말했다. 그 말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그리고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그것도 무도회 중앙에서였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카렌은 침대 맞은편의 의자에 앉았다.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 이후로 우리는 오래 말을 나누지 못했다. 당신의 아버지가...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머니." "뭐니?" 이사벨라가 카렌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와인의 따뜻함이 남아 있었다. "공작이 나를 선택한 것이 우연일까요?" "당신이 먼저 그 질문을 던졌군요." 이사벨라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미소였다. 위험하고, 아름답고, 그리고 매우 계산적인 미소였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군요." 카렌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이사벨라는 다시 와인을 마셨다. 이번에는 한 모금이 아니라 잔의 절반을 비웠다. "카렌, 당신은 우리 가문을 모르는군요." "어머니?" "몬테로사 가문은 단순한 귀족 가문이 아니었다. 한때는 카스텔라노 가문과 같은 수준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사벨라의 목소리는 더욱 낮아졌다. 그것은 비밀을 공유하는 톤이었다. "당신의 아버지는 카스텔라노의 현 공작—아드리안의 아버지와 어떤 약속을 했었다. 매우 중요한 약속을." "무엇입니까?" "그것은... 당신이 직접 알아내야 할 일이다." 이사벨라는 일어나며 말했다. 그녀는 와인 잔을 들고 침실 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하다." 문가에서 이사벨라가 멈췄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공작이 당신을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당신이 공작을 선택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어야 한다." 그리고 어머니는 사라졌다. 카렌은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봤다. 아드리안의 손의 온도가 여전히 자신의 손가락에 남아 있었다. 차갑다는 것은 중요한 정보였다. 왜냐하면 그것이 감정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고, 또는 감정을 숨기는 중이라는 뜻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카렌은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서랍 깊숙이에서 가죽 일지를 꺼냈다. 아버지가 남긴 것이었다. 3년 전 그가 갑자기 죽기 몇 주 전에, 그는 이 일지를 카렌에게 주며 말했었다. "언젠가 당신이 이것을 읽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 날이 올 때까지는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된다." 카렌은 일지를 폈다. 아버지의 필체가 있었다. 그리고 그 필체 사이사이에는 그림이 있었다. 균열. 그리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사냥하는 사람의 모습. 카렌의 지은이가 굳어졌다.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 무언가를 말이다. 그리고 아드리안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카렌은 손가락으로 일지의 페이지를 넘겼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 익숙한 문장이 들어왔다. "만약 당신이 이것을 읽고 있다면, 당신은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 가문을 부활시킬 것인가, 아니면 더 큰 무언가를 지킬 것인가." 카렌의 손이 떨렸다. 아버지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드리안이 올 것을. 그리고 자신이 선택을 해야 할 것을. 침실의 불을 끄면서 카렌은 생각했다. 게임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맞았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게임이 아니었다. 이미 누군가에 의해 몇 수 전부터 시작된 게임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카렌은 눈을 감았다. 아드리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정말로 흥미롭습니다." 그 말은 경외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정이었다. 그리고 그 인정 속에는 위험이 숨어 있었다. 카렌은 눈을 떴다. 만약 게임이 이미 시작되었다면, 자신은 게임의 규칙을 배워야 했다. 그리고 규칙을 배운 후에는, 그것을 깨뜨려야 했다. 아버지가 남긴 일지를 손에 들었다. 여전히 따뜻했다. "내일부터 시작하자." 그녀는 중얼거렸다. 내일, 자신은 모든 것을 알아낼 것이었다. 아드리안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머니가 말한 약속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왜 이 일지를 남겼는지. 그것까지가 게임의 첫 번째 단계였다. 그 다음에는 역공이었다. 카렌은 잠들었다. 그 밤, 그녀의 꿈 속에는 춤추는 사람들과 균열 속의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앙에는, 차가운 손을 가진 공작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