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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 장로, 정파 잡일꾼으로 위장취업하다

2

뜰의 모래 위에 현명이 섰다. 다른 제자들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 셋이었다. 모두 현명보다 나이가 많았다. 하나는 이십대 초반의 남자였고, 둘은 십대 후반의 여자였다. 그들은 현명을 보고 웃었다. "또 새로 왔네." 그 중 키가 큰 여자가 말했다. 이름은 진아였다. 현명은 지난밤에 서운의 기록을 훑으며 알아냈다. 현명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여긴 그런 형식 안 해도 돼. 우린 가족이니까." 남자가 말했다. 이름은 송준이었다. 성격이 밝은 타입이었다. 소설에서도 그랬다. 그는 삼 년 뒤에 정파 본산의 숨겨진 권력 투쟁에 휘말려 죽을 예정이었다. 현명은 그 사실을 알고도 담담했다. "수련을 배워야 해. 기감을 익히는 기초부터 시작할 거야." 서운이 뜰의 한쪽 끝에서 말했다. 그는 손에 죽백 같은 나무 막대를 들고 있었다. 이설은 그의 옆에 서 있었다. 검은 머리를 한 줄로 묶은, 날카로운 눈의 소녀였다. 열네 살. 현명은 이설을 직접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원작에서 이설은 현명(조연)을 의심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나중에 강호에게 항복했다. 가장 중요한 변수였다. 이설이 현명을 봤다. 그 시선은 다른 제자들의 것과 달랐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측정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마치 저울 위에 올려진 어떤 것의 무게를 재는 것처럼. 현명은 눈을 피했다. 서툰 척으로. "좋아. 그럼 시작하자." 서운이 손을 들었다. 기초 수련은 단순했다. 단전(丹田)이라 불리는 배 아래의 한 지점에 의식을 집중하고, 거기서 기를 모으는 것이었다. 그것이 기감(氣感)의 첫 단계였다. 현명은 눈을 감았다. 다른 제자들처럼. 하지만 내적으로는 웃음이 나왔다. 마교의 장로로 있을 때, 현명은 기 수련에서 이미 기순환(氣循環) 경지에 있었다. 단전에서 기를 모으는 것은 어린아이의 장난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열다섯 살 약한 몸 속에 있었다. 문제는 기였다. 현명은 단전으로 의식을 보냈다. 순간, 몸 안의 뭔가가 반응했다. 기가 있었다. 약하고 흩어져 있었지만, 확실히 존재했다. 원래 이 몸의 주인이 가진 기였을 것이다. 현명은 그것을 천천히 모으기 시작했다. '통제가 안 된다.' 손가락에 가는 떨림이 생겼다. 현명은 즉시 의식을 거두었다. "좋아. 충분해." 서운이 말했다. 수련은 십 분 정도 지속되었을 것이다. 제자들이 눈을 떴다. 현명도 천천히 눈을 뜼 척했다. 얼굴에는 피로가 묻어났다. 실제로는 없었지만, 그렇게 보이도록 했다. 이설이 현명을 봤다. "손이 떨렸어." 그것은 관찰이었다. 질문이 아니었다. "음... 처음이라서." 현명이 대답했다. 최대한 어수룩하게. "처음이면 손이 떨리는 게 정상이지." 진아가 웃으며 이설을 밀었다. "왜 새 애한테 자꾸 말 거는 거야?" 이설은 웃지 않았다. 그냥 현명을 봤다. 그 순간, 현명은 깨달았다. 이 소녀는 보통이 아니었다. 소설에서 읽은 것보다 훨씬 더 예리했다. 현명이 약간의 이상 신호를 보냈고, 이설이 그것을 포착했다. 간단한 구도였다. '조심해야겠다.' 현명은 생각했다. 오후가 되면서 현명은 문파의 일상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서운은 그를 곁에 두고 여러 잡일을 시켰다. 물을 긷고, 장작을 패고, 방을 쓸고, 밥을 짓는 것을 돕는 일들이었다. 현명은 모두를 자연스럽게 했다. 약한 몸으로 힘들어하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그 모든 움직임이 정확했다. 마교의 장로는 육체의 피로 같은 것을 이미 초월했었다. 열다섯 살 몸의 한계를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이 아이는 순하긴 한데..." 서운이 중얼거렸다. 현명이 밥을 지을 때였다. "네?" 현명이 물었다. "아니야. 그냥... 넌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 서운이 웃었다. 그것은 긍정적인 평가였다. 그리고 위험한 평가였다. '조연이 이렇게 눈에 띄면 안 된다.' 현명은 생각했다. 자신을 더 투명하게 만들어야 했다. 배경이 되어야 했다. 서운은 자신이 약한 아이라고 생각하게 두는 것이 최선이었다. 저녁이 되자 현명은 뜰로 나갔다. 다른 제자들은 이미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고, 서운도 청목 장로와 대화하러 나갔다고 했다. 뜰에는 현명 혼자였다. 아니, 거의 혼자였다. 이설이 나타났다. 등불을 들고 있었다. 현명은 그것을 느꼈지만 먼저 반응하지 않았다. "뭐 해?" 이설이 물었다. "그냥... 공기를 마셔서." 현명이 대답했다. 이설은 현명의 옆에 섰다. 아직도 측정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처음 오는 거 치고는 적응 빠르네." "그래요?" "응. 진아나 송준이는 처음 일주일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었어. 너는 벌써 아빠 말에 답하고, 할 일도 자연스럽게 해." 이설이 말했다. 현명은 그것이 칭찬인지 의심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저도 열심히 하려고요." "그런데 왜 손이 떨렸어? 기감을 못 하는 거?" '직설적이다.' 현명은 생각했다. "아. 그건 그냥... 처음이니까." "기감은 손이 떨린다고 안 되는 게 아니야. 정신을 집중하는 거거든. 손이 떨린 건 정신 흔들린 거야." 이설이 말했다. 그것은 정확한 지적이었다. 현명은 침묵했다. "혹시 뭔가 걱정되는 거?" 이설이 물었다. 현명은 그 순간, 이설을 직접 봤다. 그 소녀는 열네 살이었지만, 그 눈은 훨씬 더 나이 먹어 보였다. 마치 어른이 아이를 보는 듯한 질문이었다. '이 아이가 원작에서 배신했던 이유가 뭐였지?' 현명은 생각했다. 소설에서 이설은 처음엔 강호에게 저항했다. 하지만 결국 항복했다. 강호가 더 강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버지 서운이 약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혹은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다. "걱정 같은 건 없어요. 그냥... 처음이라 어색해서." 현명이 대답했다. 이설은 그것을 듣고 웃었다. "아니면, 너 정파에서 온 거 아니야?" 그 말에 현명의 호흡이 일정해졌다. 표정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내적으로는 경보가 울렸다. '그렇게 직접 물어보다니.' "정파요? 아뇨." 현명이 대답했다. "그럼 어디서 왔어?" "산 아래 마을에서요." 그것은 거짓이었다. 현명은 이 세계에 온 이후로 어디서도 온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서운의 기록에는 그렇게 되어 있었다. 현명은 그 거짓을 자연스럽게 전승받았다. 이설이 웃음을 멈췄다. "그런데 마을에서 온 아이가 왜 기감을 하려는 순간에 정신이 흔들려?" 그것은 예리한 질문이었다. "모르겠어요." 현명이 대답했다. "알아볼 때까지 생각해봐. 자기 마음이 뭘 무서워하는지." 이설이 말했다. 그리고 돌아섰다. "그리고 너... 이름이 뭐야?" "현명이요." "현명 형아, 아빠가 너한테 뭘 기대하는지 알아?" 현명은 대답하지 않았다. "약한 제자를 거두고 키우는 것. 그게 정파에서 좋게 보이는 거야. 약한 제자는 충성스럽거든." 이설이 말했다. "그래서 너는 약해야 돼. 약한 척이 아니라, 진짜 약해야 한다는 뜻이야. 아빠는 그런 걸 구분 못 하니까." "그런데..." 이설이 계속했다. "나는 구분할 수 있어." 그 말이 끝나자 이설은 등불을 들고 가버렸다. 현명은 뜰에 남겨졌다. 밤이 깊어갔다. 현명은 뜰 한쪽 끝에 앉아 있었다. 산 아래 길을 보고 있었다. 감찰관이 올 길이었다. 하지만 지금 현명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이설이라는 변수. 원작에서는 그저 배신하는 조연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 만난 이설은 다르다. 더 정교했다. 더 위험했다. '이 아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현명은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이 아이가 유일한 탈출구가 될 수도 있다.' 현명은 웃음을 지웠다. 그리고 손을 주머니에 넣고 문파의 밤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