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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삶, 이번엔 배신자를 먼저 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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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삶의 시작 눈을 뜨는 순간, 천장이 흰색이었다. 낡은 천장. 페인트가 벗겨진 부분들이 마치 지도처럼 흩어져 있었다. 카인은 움직이지 않고 그것을 바라봤다. 숨을 쉬는 것도 의도적으로 천천히 했다. 심장 박동을 느껴야 했다. 살아 있다는 증거를 확인해야 했다. '또 살아났다.' 첫 번째 삶에서 죽은 것은 등뒤였다. 가장 가까운 자의 칼이 갈비뼈를 꿰뚫었을 때, 카인은 자신의 피가 얼마나 따뜻한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쓸모없는지도. 두 번째 삶에서는 더 조심했다. 신뢰하지 않았다. 통제했다.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있었다. 자동차 사고. 단순한 사고라고 했다. 하지만 카인은 알았다. 그것도 배신이었다. 그리고 지금. 카인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손가락들이 떨리지 않았다. 좋다. 신경계가 정상이었다. 그는 손을 펼쳤다가 주먹을 쥐었다. 다시 펼쳤다. 근육 반응도 양호했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동작은 효율적이고 조용했다.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낡은 마룻바닥이 삐걱거렸다. 카인은 그 소리를 기억했다. 두 번째 삶에서도 이 소리가 있었다. 방은 좁았다. 창문을 통해 새벽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6월이었다. 대학 입학식 당일이다. 카인은 옷장을 열었다. 검은색 셔츠, 검은색 바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니, 그가 선택해 놓은 것이다. 거울 앞에 섰다. 검은 눈동자가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봤다. 얼굴은 여전히 어렸다. 열여덟 살의 얼굴이었다. 첫 번째 죽음 이전, 두 번째 죽음 이후, 그리고 지금. 계속해서 열여덟 살로 돌아온다. '시간은 선형이 아니다. 시간은 원형이다.' 카인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었다. 턱선이 또렷했다. 이전 삶들에서 단련된 근육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신체 기억이 존재한다. 그것은 유용한 정보였다. 부엌으로 나갔다. 어머니는 이미 일어나 있었다. 카인은 그녀를 보지 않았다. 대신 찬장을 열고 밥그릇을 꺼냈다. 밥솥의 밥을 푼다. 계란을 삶는다. 모든 동작이 자동적이었다. "아, 카인. 일어났니?"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카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밥을 담고, 계란을 곁들이고, 국을 떠 담았다. 밥상 앞에 앉았다. "입학식 떨리니? 학교 잘 다니고... 좋은 친구들 사귀어. 엄마는 너를 믿어." '믿음.' 카인은 숟가락을 들었다. 국물을 마셨다. 따뜻했다. 두 번째 삶에서도 어머니의 국은 같은 맛이었다. "네." 단 한 글자의 답변이었다. 카인은 밥을 떠먹었다. 계란을 먹었다. 어머니는 계속 말했다. 뭔가 중요한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인은 듣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들을 정렬했다. 첫 번째 삶의 기억. 그때 카인은 순수했다. 웃음도 있었고, 신뢰도 있었다. 친구들이 많았다. 형이라 부르는 자도 있었고, 형이라 부를 수 있는 자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칼을 들었다. '왜?' 그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았다. 배신의 이유는 항상 애매했다. 두 번째 삶의 기억. 그때 카인은 경계했다. 신뢰하지 않았다. 모든 관계를 통제 가능한 선으로 제한했다. 친구라 부르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말이었다. 도구였다. 어떤 것들은 유용했고, 어떤 것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것도 죽음을 막을 수 없었다. '자동차 사고?' 말도 안 됐다. 카인은 운전을 잘했다. 길도 알고 있었다. 사고가 일어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사고는 일어났다. 여러 대의 차량이 관여했다. 계획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왜? 카인은 계란의 흰자를 먹었다. 노른자는 남겨두었다. 세 번째 삶의 계획. 첫 번째 삶에서 배운 것: 순수함은 죽음이다. 두 번째 삶에서 배운 것: 통제도 죽음이다. 그렇다면? "카인?"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카인은 밥상을 밀었다. 일어섰다. "가봐야겠어요." "아직 시간이..." 카인은 신발을 신었다. 현관문을 열었다. 새벽공기가 들어섰다. 6월의 아침은 이미 따뜻했다. 카인은 숨을 들이마셨다. 공기의 온도를 느꼈다. 습도도 측정했다. 바람의 방향도. 거리는 조용했다. 학교로 가는 길은 두 가지였다. 카인은 평소 가던 길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우회로를 택했다. 처음 가는 길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든 것이 계산된 경로였다. 이 길에서는 사람이 적었다. 추적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도망치기도 쉬웠다. 학교의 정문이 보였다. 입학생들이 몰려 있었다. 부모들도 있었다. 카메라도 있었다. 카인은 그들을 지나갔다. 그는 보이지 않는 자였다. 보이지 않는 자가 되는 것은 쉬웠다. 강당에 들어갔다. 교장이 말하고 있었다. 뭔가 중요한 말이었을 것이다. 환영한다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카인은 앉았다. 가장 뒷자리였다. 계단 근처였다. 출입문을 볼 수 있는 위치였다. 옆자리에 누군가 앉았다. "첫 입학식이라 떨리네." 카인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남학생이었다. 밝은 목소리였다. 위험한 목소리였다. "저는 김준호. 넌?" '말을 거는 자는 위험하다.' 카인은 여전히 앞을 봤다. 교장의 입술이 움직였다. "뭐, 말 안 해도 괜찮아. 나중에 알아도 되고." 그 자는 계속 웃음을 흘렸다. 카인은 그의 심장박동을 들었다. 빨랐다. 긴장하고 있었다. 아니면 흥분하고 있었다. 둘 다 위험했다. '첫 번째 삶에서처럼 사람들에게 가까워지지 마. 두 번째 삶에서처럼 사람들을 도구로 대하지도 마.' 그렇다면 뭐가 남는가? 카인은 손가락을 구부렸다. 펼쳤다. 다시 구부렸다. '필요한 것은 거리다.' 적절한 거리.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은. 그 거리에서 카인은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필요하면 도망칠 수 있었다. 강당의 천장을 봤다. 조명이 밝았다. 비상구가 네 개 있었다. 창문은 열 수 없었다. 무대 뒤로는 또 다른 출입구가 있을 것이다. 이 방에서 탈출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최대 4초였다. '이 삶에서는 죽지 않는다.' 카인의 검은 눈동자가 다시 교장을 향했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환영한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카인은 그것을 환영으로 듣지 않았다. 도발로 들었다. 교장의 음성이 강당을 가득 채웠다.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아니, 더 크게 웃고 있었다. "자, 이제 각 신입생의 적성 판정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이 학원의 전통이죠. 여러분의 미래를 결정하는 순간입니다." 무대 옆의 스크린이 켜졌다. 파란 글씨로 이름과 직업이 떴다. '이시우 - 검사(Swordmaster)' 환호성. 몇몇 학생이 손뼉을 쳤다. '박민준 - 전술가(Strategist)' 또 다른 환호. 카인은 패턴을 읽었다. 전투 관련 직업이 나올 때마다 박수가 나온다. 이 학원이 어떤 곳인지 명확해졌다. 김준호가 옆에서 몸을 앞으로 쏠렸다. 그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설렘인가, 불안감인가. 카인은 그것을 분석하는 대신 시선을 다시 스크린으로 돌렸다. 더 이상 옆자리의 남학생에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였으니까. '김준호 - 돌격수(Charger)' "오오오!" 김준호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카인은 그의 팔꿈치가 자신의 팔에 닿는 것을 느꼈다. 접촉. 거리 위반. 카인은 반사적으로 몸을 기울였다. "미안, 미안!" 김준호가 서둘러 물러났다. "흥분했어. 나 진짜..." 카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스크린은 계속 이름들을 뱉어냈다. '아리스 클로이 - 기사(Paladin)' 강당 전체가 떠내려갈 듯한 박수가 나왔다. 아리스는 무표정하게 일어나 손을 들었다. 그 움직임 하나에도 우월함이 묻어있었다. 타고난 것. 뭔가 다른 것. 카인은 그녀를 관찰했다. 어깨의 각도. 목의 길이. 얼굴의 골격. 모든 것이 정확했다. 마치 기계처럼. 아니, 기계보다도 더 정교하게. '위험하지 않은 상대가 아니다.' 그것을 기억해야 했다. 이리스 페이는 어디에 있을까. 카인은 강당을 훑었다. 좌석 가운데쯤. 검은 머리를 한 여학생이 어디론가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절대 스크린을 보지 않았다. '자신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거나,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자.' 카인의 심장박동이 미세하게 빨라졌다. 이 여학생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대상이었다. 스크린의 이름들이 자신에게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입학식의 순서는 보통 알파벳이나 한글 순서였다. 그렇다면— '카인 레드는 C로 시작한다.' 얼마 남지 않았다. "우와, 이렇게 많은 전투 직업이 나올 리가..." 김준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작년엔 좀 더 다양했는데." 카인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들었다. '전투 직업이 집중되는 해인가. 그렇다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조종했을 가능성이 높다.' 마크 스톤 교감이 무대 옆에서 뭔가를 쓰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만족스러웠다. '도구 같은 남자다. 그리고 그 도구를 쥐고 있는 손이 있다는 뜻이다.' 스크린이 깜박였다. '카인 레드 - 기록자(Archivist)' 침묵. 아, 아니다. 침묵이 아니었다. 웃음이었다. 처음에는 한두 명에서 시작된 웃음이었다. 그 다음엔 줄 지어서 번져나갔다. 마치 전염병처럼. 강당 전체가 웃음으로 채워졌다. "기록자?" 한 남학생이 크게 웃었다. "뭐 하는 직업이야?" "책 정리하는 거 아니냐?" 누군가가 대답했다. "ㅋㅋㅋㅋ 진짜 뽑혀야 할 사람이 뽑혔네." 카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이 다시 구부려졌다. 펼쳐졌다. 다시 구부려졌다. 그것이 유일한 반응이었다. 김준호가 몸을 틀었다. 카인의 얼굴을 보려고. 하지만 카인은 정면을 보고 있었다. 스크린을. 자신의 이름이 명시된 스크린을. '기록자(Archivist)' 그것은 무엇인가. 카인은 그 단어를 분석했다. 아카이브를 관리하는 자. 정보. 기록. 과거. 역사. '유용하지 않은 것들의 보관소.' 그것이 이 학원에서 의미하는 바였다. "야, 저 친구 진짜..." 아리스 클로이가 옆 친구에게 무언가 말했다. 충분히 크게. 카인이 들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망했네." 웃음이 더 커졌다. 카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눈은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주의는 강당 전체에 퍼져 있었다. 각 웃음의 위치. 각 목소리의 톤. 각 사람의 반응.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 첫 번째 삶에서 그는 신뢰했다가 죽었다. 두 번째 삶에서 그는 도구처럼 대했다가 죽었다. 그리고 지금 세 번째 삶에서 그는... '지금 나를 웃는 자들이 모두 나를 죽이려 할 것인가?' 아니다. 그것은 과도한 반응이었다. 카인은 자신을 진정시켰다. 현실적으로 생각하자. '이들은 아직 위협이 아니다. 이들은 그저 무시하는 자들이다. 그리고 무시하는 자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도구. 그 단어가 다시 떠올랐다. 카인은 혀를 깨물었다. 도구가 되는 것과 도구로 대하는 것. 그 사이의 거리. '거리를 유지하자.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강당의 웃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카인은 이제 그것을 듣지 않기로 결심했다. 스크린을 봤다. 다음 이름이 떴다. '이리스 페이 - 전략가(Strategist)' 강당의 웃음이 멈췄다. 이리스가 천천히 일어났다.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마치 자신을 위한 박수가 아닌 것처럼. 그녀의 눈이 한 번 카인을 스쳤다. 그리고 카인은 알았다. '이 여학생도 같은 것을 하고 있다. 관찰. 분석. 거리 유지.' 두 개의 차가운 눈이 강당 어딘가에서 만났다. 1초. 0.5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접촉. 그 다음, 이리스는 무대 쪽으로 움직였다. 카인은 다시 정면을 봤다. '이 삶에서는 죽지 않는다.' 그의 검은 눈동자 안에 강당의 조명이 반사되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