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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는 됐고 던전이나 파겠습니다

3

준호의 시야가 회전했다. 아래가 위가 되고, 위가 아래가 되는 그 순간의 무중력감. 등이 돌에 부딪힌 충격이 척추를 타고 퍼져나가면서 뇌가 일순간 멎었다. 마나 강화로 팽팽해져 있던 신경계가 극단적인 통증 신호를 보냈다. 준호는 손전등의 빛을 쫓으며 몸을 날렸다. 해골들이 움직인다. 그것이 뇌에 입력된 정보의 전부였다. 손가락을 구부렸다. 바닥을 밀어내려 했다. 몸이 반응하지 않았다. 마나 강화 상태가 깨졌다. 신체의 반동이 몰려왔다. 근육이 경련했다. 괴물의 울음이 다시 울려 퍼졌다. 뒤에서. 위에서. 모든 방향에서. 준호는 몸을 날렸다. 의도하지 않은 채로. 두 발이 바닥을 박차면서 몸이 앞으로 굴렀다. 손전등의 빛이 지나갔다. 그 순간, 손전등이 비추던 영역의 해골들이 더 명확해졌다. 검은 옷. 인간의 뼈. 그리고—— "아." 준호의 입에서 소리가 나왔다. 통증 때문이 아니었다. 인식 때문이었다. 손전등의 빛이 움직이는 것을 따라가며, 준호는 해골 무더기 속에서 반짝이는 것을 봤다. 금속. 그것은 헌터의 배지였다. 여러 개. 그리고 그 옆에서. 움직이는 것. 손가락 뼈가 기어가고 있었다. 턱뼈가 부드럽게 열렸다 닫혔다. 마치 말을 하려는 것처럼. 마치—— 더 많은 울음이 났다.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 동시에. 준호의 눈이 확대되었다. 순간 깨어난 공포감. 손전등의 빛이 비추는 곳곳에서 백골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팔뼈가 구부러졌다. 척추가 꿈틀거렸다. 두개골들이 굴렀다. "미친." 준호가 몸을 날렸다. 방향은 상관없었다. 그냥 멀어지는 것만 중요했다. 발이 해골에 걸렸다. 몸이 앞으로 넘어갔다. 손으로 바닥을 짚으려 했는데, 그 손가락이 무언가 부드러운 것을 만났다. 패브릭. 옷감. 준호는 그 손을 재빨리 뺐다. "나가야 한다." 중얼거림이었다.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2미터 거대 괴물이 다시 울었다. 그 울음 뒤에서 더 작은 울음들이 따라왔다. 마치 합창하는 것처럼. 준호는 손전등을 향해 기어갔다. 손전등을 집어야 했다. 빛을 되찾아야 했다. 손가락이 거의 다 왔을 때, 손전등이 굴렀다. 빛이 천천히 회전하며 다른 영역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준호는 본 것이다. 저 너머. 손전등의 빛이 도달하는 곳. 천장이 없었다. 아니면, 천장이 있었지만 너무 높았다. 손전등의 빛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그 높이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크고 검은 형태들이 천장 주변에 붙어 있었다. 거미처럼. 아니다, 거기까지 올라가 있던 것들은—— 준호의 호흡이 멎었다. 움직이는 해골들이 하나, 둘, 셋. 더 많은 수가 벽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그들은 어디로 가고 있었는가? 위로. 점점 더 위로. 준호의 손가락이 손전등에 닿았다. 손전등을 집어올렸다. 손전등의 빛을 자신의 위쪽으로 향했다. 천장의 움직임이 더 빠르게 가속했다. 그 순간, 2미터 거대 괴물이 준호에게 돌진했다. 준호는 몸을 굴렸다. 다시. 또 다시. 옷이 찢어졌다. 몸이 뜨거워졌다. 이번엔 마나 강화 때문이 아니었다. 마찰열이었다. 바닥이 끝났다. 준호는 그 순간 깨달았다. 바닥이 경사져 있었다는 것을. 자신이 계속 구르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아." 준호의 손가락이 공중을 헤쳤다. 떨어진다. 심층으로. 손전등의 빛이 점점 멀어졌다. 그 빛 속에서 보였던 형태들도 함께 멀어졌다. 움직이는 해골들. 2미터 거대 괴물. 천장의 검은 무언가들. 모두가 위로. 준호는 아래로. "신은미." 중얼거렸다. 자신도 왜 그 이름을 불렀는지 몰랐다. 14년 전의 비명이 귓가에 울렸기 때문이었나? 아니면 자신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나?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다. 낙하 중의 현기증. 공포. 통증. 그것들이 모두 뒤섞여서 뇌를 감싼다. 준호는 손전등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손전등의 빛도 닿지 못하는 어둠이 있었다. 자신 아래의 어둠. 자신이 떨어지고 있는 그 어둠. 얼마나 깊을까. 바닥이 있을까. 손가락이 손전등의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빛을 아래로 향했다. 그 빛이 도달하는 곳을 보고 싶었다. 아니면, 보고 싶지 않았나. 의식이 점점 더 멀어진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손전등의 빛 아래. 무언가 반짝이는 것. 물일까. 아니면—— 검은색. 순수한 검은색. 손전등의 빛도 먹어버리는 그 색깔. 그 안으로. 떨어진다. 차가운 것이 먼저 닿았다. 물이 아니었다. 공기보다 훨씬 차가운 무언가가 준호의 팔뚝을 스치고, 얼굴을 스쳤다. 그 순간 낙하의 속도가 급격히 줄었다. 천천히. 너무 천천히. '뭐야...' 의식이 점점 선명해졌다. 이상했다. 낙하 중이었는데 속도가 줄다니. 중력이 약해진 건가? 아니면 자신이 이미 죽어서 다른 차원에 있는 건가? 준호는 눈을 떴다. 또는 떠있었다. 손전등은 여전히 그의 손에 있었고, 빛은 여전히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빛이 비추는 것은 더 이상 어둠이 아니었다. 검은색. 순수한, 절대적인 검은색이 그의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손전등의 불빛이 그것에 닿았을 때, 빛이 흡수되었다. 반사되지 않았다. 굴절되지도 않았다. 순수하게, 완전하게, 어떤 것도 남기지 않은 채로 먹혀 들어갔다. 그리고 준호의 몸이 그 검은색 표면 위에 안착했다. 물처럼 부드럽게. 마치 사막의 모래에 떨어지는 것처럼. 하지만 모래와는 다른, 어떤 지능적인 것처럼. 준호의 몸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죽는 건가...' 팔다리가 검은색에 잠겼다. 옷이 스며들었다. 가슴팍이 물에 빠져드는 것처럼 그 무언가에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질식감은 없었다. 오히려 더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울렸다. **울음이었다.** 준호의 뇌에 직접 울리는 진동. 언어도 아니고 음파도 아닌, 순수한 의식의 울음. 그것은 부르는 것 같았고, 동시에 비명 같았다. '신은미...' 그 비명이 14년 전의 것과 같았다. 검은색이 준호를 감쌌다. 목까지 올라왔다. 턱까지. 입술까지. 마지막 순간, 준호는 그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액체가 아니다. 실체가 있는 무언가다. 살아있는. 생명력을 가진. 검은색의 표면이 준호의 머리 위로 닫혀오고 있었다. 그리고—— **숨을 쉬었다.** 준호의 폐가 검은색을 마셨을 때, 그것이 공기였다. 아니, 공기보다 더 진한 무언가였다. 산소처럼 작용했지만 훨씬 풍부했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눈이 떠졌다. 준호는 볼 수 있었다. 검은색 속에서도, 자신의 눈이 적응했거나 아니면 이곳이 어딘가 다른 종류의 어둠이었거나, 준호는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봤다. 그것을. **빛.** 아니, 반대였다. 어둠 속의 빛이 아니라, 순수한 검은색 속에 떠 있는 무언가. 진주처럼 맑은 구체. 손바닥 크기의 그것은 부드러운 빛을 내고 있었다. 빛이 아니라 어둠을 밀어내는 힘이었다. 준호는 손을 뻗었다. 팔이 움직였다. 이곳에서 움직임이 느렸지만, 의지는 관통했다. 손가락이 그것에 닿았다. **진동했다.** 세상이 흔들렸다. 아니, 세상이 흔들린 것이 아니라 준호의 의식이 흔들렸다. 마치 누군가가 그의 뇌를 직접 만지는 것처럼. 누군가가 그의 영혼을 직접 움켜쥐는 것처럼. 그 순간, 기억이 흘렀다. 누군가의 기억. 강석현. 그 이름이 준호의 뇌에 박혔다. 이름이 아니라 정체성 자체가. 존재 자체가. **"도와... 줘..."** 소리였다. 목소리였다. 하지만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니라, 존재 전체로 울리는 비명. 14년 전 신은미의 비명과 같은 주파수였다. 준호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들이 같은 이유를 알고 싶었다. 손가락이 구체를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흡수했다. **빛이 준호의 몸으로 흘러들었다.** 검은색의 공간에 폭발이 일어났다. 아니, 폭발이 아니라 탄생. 무언가가 태어나고 있었다. 검은색 속에서 색깔들이 피어올랐다.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마나. 순수한 마나의 폭발. 준호의 몸이 빛났다. 그의 피부에서 마나가 분출했다. 회귀 이후 14년 동안 모은 마나보다 훨씬 더 순수한, 농축된 에너지. 그것이 그의 몸을 통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함께 흘러들어오는 것은—— **기억들.** 강석현이 본 것들. 강석현이 경험한 것들. 강석현이 알던 것들. 폐허의 탑의 심층. 그 아래의 또 다른 세계. 거기서 일어난 일들. 13년 전 강석현이 왜 이곳에 떨어졌는지. 그 전에 무엇을 보았는지. 누가 그를 여기에 몰아붙였는지. **신은미와의 연결.** 두 사람의 비명이 같은 이유. 준호의 눈이 열렸다. 검은색의 공간에서 벗어났다. 아니, 그 공간이 준호를 밀어냈다. 마치 자신의 임무가 끝난 것처럼. 준호는 바닥에 떨어졌다. 차가운 돌 바닥에. 손전등이 여전히 그의 손에 있었다. 그것은 깨지지 않았고, 여전히 빛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빛은 필요 없었다. 왜냐하면—— 준호의 몸에서 마나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빛이 되어, 이 어둠을 밀어냈다. 준호는 일어났다. 서서히. 마치 처음 서는 것처럼. 그의 몸은 변했다. 강석현의 마나로 가득 찬 몸. 14년 동안 모은 자신의 마나와 섞여, 뭔가 새로운 것이 되어 있었다. 손가락이 저절로 펼쳐졌다. 마나가 손끝에 모였다. 그리고 준호는 알았다.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강석현이 남긴 기억들이 보여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신은미가 왜 비명을 질렀는지.** 그것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 위에서. 준호는 손전등을 들었다. 빛이 위의 어둠을 비췄다. 천장 어딘가에서 움직임이 보였다. 해골들. 그리고 그 뒤의 더 큰 것. 입술이 움직였다. "올라가자." 목소리가 달랐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강석현의 목소리와 자신의 목소리가 겹쳐 있었다. 준호는 움직였다. 마나의 흐름을 따라. 강석현의 기억을 따라. 검은색의 공간에서 나온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변했다. 그는 더 이상 도망치는 헌터가 아니었다. 무언가 다른 것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