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제생, 마법학교 수석을 노리다# 입학식
백합의 향기가 너무 진했다.
린 카이는 무릎을 꿇은 채 마력 측정 수정 위에 손을 올렸다. 수정이 희미하게 빛났다. 정확히는 깜박였다. 촛불 같은 미약한 빛이 간헐적으로 떠올랐다 꺼졌다를 반복했다.
"흠..."
프로페서 모란이 눈을 좁혔다. 그의 얼굴은 평온했다. 하지만 린은 알아챘다. 관찰력이 뛰어났으니까. 눈썹 안쪽이 미세하게 수축했다. 입가의 주름이 깊어졌다. 그것은 놀라움도, 의심도 아니었다.
그것은 인식이었다.
린은 천천히 손을 내렸다. 수정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0.3%입니다."
측정관이 종이에 뭔가 기록했다. 그의 손이 떨렸다. 아, 그것도 흥미로웠다. 린은 측정관의 손가락을 따라갔다. 펜을 쥔 손가락의 관절이 희게 질렸다 풀렸다를 반복했다.
두려움이었다.
"감사합니다."
린이 일어섰다. 정장 바지의 무릎에 먼지가 묻어 있었다. 흰색 대리석 바닥에서 나온 가루였다. 아카데미 본관 전당의 대리석은 신입생을 무릎 꿇리기 위해 매년 새로 닦는다고 들었다. 그것도 웃기는 전통이었다.
입학식 무대의 스탠드 조명이 따뜻했다. 홀 안에는 신입생 삼백 명이 앉아 있었다. 모두 린을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마력 수치를 본 것이었다. 큼직한 스크린에 "0.3%" 라고 빨간 글씨로 표시되어 있었다.
누군가 웃음을 삼켰다.
"다음."
프로페서 모란이 손을 흔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마치 누군가를 잘못 이해한 것을 깨닫고 사과할 때 쓰는 그런 목소리였다. 하지만 린은 느꼈다. 그 부드러움 아래의 것을.
시뮬라크럼.
거짓.
린은 단상을 내려왔다. 홀의 뒤쪽, 사관생도 구역이 있었다. 모두 입학식을 지켜보는 선배들이었다. 그들의 눈빛은 차가웠다. 아카데미의 위계는 마력으로 결정되었다. 0.3%는 위계 밖의 존재였다. 존재도 아닌 배경에 가까운.
그런 것들이 린을 보며 뭔가 속삭였다. 하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그는 오직 한 명의 말을 들었다.
프로페서 모란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신입생 석 위에 앉자 옆 학생이 몸을 밀었다. 당연했다. 0.3%와 같은 자리에 앉는 것도 치욕이었을 것이다. 린은 옆자리가 비게 두고 앉았다. 그리고 무대를 다시 봤다.
프로페서 모란이 사회를 계속했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린의 귀는 다른 것을 포착했다.
심장박동.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조금 빨라졌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을 정도.
마력 수치를 측정하기 전에도 프로페서는 뭔가 알고 있었다. 측정 결과 자체가 아니라, 다른 것을 말이다.
시스템의 도래.
그것이 이 세상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린은 전생의 기억을 더듬었다. 시스템이 공식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3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하지만 그 전에 이미 세상은 변하고 있었다. 마력을 가진 자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사회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프로페서 모란은.
린은 전생의 기억을 더 캤다. 모란의 정체는 무엇이었는가. 그는 단순한 아카데미 원장이 아니었다. 시스템의 도래를 준비하는 세력이 있었다. 그들은 마력자들을 모아 육성했다. 그들은 새로운 세상의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
그 중 한 명이 모란이었다.
하지만 린은 모란의 정확한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전생에서 린은 충분히 높은 위치에 올라가지 못했다. 마력이 약했으니까. 정확히는, 마력이 약하게 보였으니까.
이번엔 다르다.
린은 자신의 손가락을 봤다. 손가락 끝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력이 아니라 긴장이었다. 그건 아니다. 기대감이었다.
"...신입생 여러분, 아카데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프로페서 모란이 양손을 모아 박수를 쳤다. 홀 전체가 박수로 울려 퍼졌다. 그것은 신입생들을 위한 박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의식이었다. 신을 맞이하는 의식.
린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대신 프로페서 모란을 봤다.
프로페서 모란도 그 순간, 관객석으로 향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신입생 석으로.
정확히는, 린 카이에게.
그들의 눈이 만났다.
린은 웃지 않았다. 프로페서도 웃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가 오갔다. 언어 이전의 것. 인식의 파편.
그 순간, 린의 머릿속에 홀연히 떠오른 단어가 있었다.
'당신도 알고 있군요.'
프로페서 모란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뭔가 다르다는 것을.'
마력 0.3%의 신입생. 그렇게 기록될 예정이었던 존재. 하지만 프로페서의 눈엔 다르게 보인 것 같았다. 마치 어두운 방에서 누군가가 켜는 작은 손전등 같은 것.
매우 약하지만, 매우 오래된 빛.
박수가 계속되고 있었다. 수백 명의 손이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리듬이 있었다. 음악이 있었다. 의식이 있었다.
하지만 린 카이의 귀는 그 모든 것을 배경음으로 밀어냈다.
오직 프로페서 모란의 심장박동만 들었다.
그것도 방금 변했다.
더 빨라졌다.
기숙사 건물은 생각보다 오래되어 있었다.
벽돌이 노출된 외벽, 담쿠록색으로 바래진 페인트, 창틀을 따라 비틀어진 아이비. 마력 수치에 따라 층이 나뉜다는 설명을 듣고 있었지만, 린은 이 낡음 속에서 오히려 뭔가 원초적인 것을 느꼈다. 이 건물이 시스템 이전의 시대에 세워졌다는 직관. 마력의 위계가 자리잡기 훨씬 전부터, 누군가는 이곳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었을 것이다.
"5층? 정말?" 카일의 목소리가 층계를 타고 올라왔다.
낮은 마력의 신입생들이 배정받는 층이었다. 최상층. 아이러니였다.
"0.3%면 사실 지하실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하는 놈도 있었는데." 카일이 계단에서 헐떡거렸다. 짐이 많았다. 가정용품, 의류, 몇 권의 책. 살아온 삶의 무게를 옮기는 중이었다.
린은 가볍게 따라갔다. 짐은 하나뿐이었다. 교복 서너 벌, 노트, 펜. 그리고 예전 세상에서 남겨진 것들. 하지만 그것들은 짐이 아니었다. 무게가 없었다. 또는 너무 무거워서 무게를 느끼지 못했거나.
"511호, 512호…" 카일이 문을 헤아렸다. "여기다. 510호."
문은 초록색이었다. 페인트가 벗겨져 나무결이 드러난 초록색. 린은 그 색감을 좋아했다. 이 건물이 이렇게 천천히 낡아가는 것처럼, 색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마력처럼.
아니다. 마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력은 쌓인다. 압축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폭발한다.
"열어봐, 카이." 카일이 짐을 앞에 놓았다. "손이 없어."
린은 열쇠를 꽂았다. 낡은 열쇠, 낡은 자물쇠. 돌아가는 감각이 명확했다. 딸깍.
문이 열렸다.
방은 생각보다 넓었다. 이층침대 하나, 책상 두 개, 창문 하나. 창밖으로는 아카데미 캠퍼스가 내려다보였다. 호수, 마력 측정소, 훈련장. 그리고 멀리, 도시의 실루엣. 낮은 마력의 신입생들이 볼 수 있는 높이에서 보는 세계.
카일이 짐을 내려놓으면서 신음을 흘렸다.
"5층이 정말 벌칙인가 봐." 그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마력 강한 놈들은 1층이래. 편의점까지 가깝고. 우리는 매번 이 계단을…"
"아, 맞다." 린이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한 손으로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고 있었다. 책상 위에 노트, 펜. 침대 아래에 가방. 벽에 그림 하나.
카일이 그 그림을 봤다. 린이 꺼내 붙인 것이었다. 흑백 드로잉. 뭔가를 향해 뻗어 있는 손. 손가락 끝에는 작은 빛.
"이게 뭐야?"
"전생의 기억." 린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카일은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이군. 근데 진짜, 그림 어디서 구했어?"
"그렸어."
린의 손을 본 적이 있던가. 카일은 생각했다. 입학식 이후로 린을 제대로 본 게 이게 처음인 것 같았다. 손가락이 가늘었다. 손목이 가늘었다. 하지만 움직임이 정확했다. 무의미한 동작이 없었다.
"그런데…" 카일이 천천히 물었다. "입학식에서 뭐 있었어?"
린이 멈췄다.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그 정지의 순간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서 카일은 불편함을 느꼈다.
"모란 교수가 너 봤을 때 뭔가 달랐어. 표정이."
"그래?"
"어, 진짜. 너한테 살짝 고개를 꺾었어. 마치…" 카일이 설명하려고 애썼다. "마치 뭔가 찾은 것 같은 얼굴이었어."
린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이 정상 속도로 돌아왔다.
"내 마력이 0.3%라서 신기한 거겠지."
"아니야." 카일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표정이 아니었어. 신기한 게 아니라…"
그가 말을 잇지 못했다. 찾는 것 같은 표정이라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도 정확하지 않았다. 마치 어떤 것을 인식하는 순간의 표정이었다. 숨고 있던 것을 발견했을 때의 표정. 또는 이미 알고 있던 것이 확인되었을 때의 표정.
"그건 몰라." 린이 창가에 섰다.
해가 지고 있었다. 기숙사 마당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마력을 사용한 조명이었다. 부드러운 보라색 빛. 이 아카데미의 표준색이었다. 마력이 많은 자들의 색.
"너 정말 이상해." 카일이 침대에 누웠다. 이층침대의 아래쪽. "처음부터."
"뭐가?"
"모르겠어. 근데 뭔가… 있어."
린이 돌아섰다. 창밖의 불빛이 등 뒤에서 그의 윤곽을 만들고 있었다. 카일은 린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어둠이었다.
"뭔가 있어. 너 안에."
"마력 0.3%?"
"아니야."
카일이 일어났다. 침대에서 내려와 린의 앞에 섰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1미터 정도. 기숙사방의 표준 크기에서 충분히 가까운 거리였다.
"뭐가 이렇게 차가워?"
카일의 손이 린의 어깨에 닿았다. 즉시 떨어졌다.
"아, 뭐야, 진짜…"
"뭔가 이상해?" 린의 목소리가 변했다. 아니,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무감정해졌다.
카일은 손을 들었다. 손가락 끝이 따뜻했다. 하지만 팔뚝은 차가웠다. 마치 두 개의 온도가 한 몸에 공존하고 있는 것처럼.
"모란 교수 말이야." 카일이 물었다. "넌 뭘 생각했어? 그 눈 마주쳤을 때."
린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창밖을 다시 봤다. 마력의 조명들이 하나 둘 켜지고 있었다. 5층 기숙사의 모든 방에서 신입생들이 짐을 풀고 있었다. 마력이 약한 자들. 마력이 0.3%인 자. 마력이 1.2%인 자. 마력이 2.5%인 자. 모두 다른 빛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린의 눈에는 그 빛들이 모두 같게 보였다.
너무나 약해서, 너무나 오래된 것들처럼.
"카일."
"응?"
"룸메이트가 넌데 물어봐도 될까?"
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뭔가 이상해?" 린이 물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봤을 때."
카일은 생각했다. 진실을 말해야 할까. 거짓을 말해야 할까. 하지만 이미 말해버렸다.
"응. 이상해."
린이 웃음을 흘렸다. 그것도 이상했다. 웃음이 아니라 숨을 내쉬는 소리에 더 가까웠다.
"좋아."
"뭐가 좋아?"
"너도 느껴. 그 정도면 충분해."
기숙사 방의 조명이 자동으로 켜졌다. 마력 감지식. 누군가가 손을 들었거나, 움직임이 감지되었거나, 아니면 시간이 되었거나.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밝아진 방에서 두 신입생의 얼굴이 선명해졌다.
카일은 린의 눈을 봤다.
그 눈이 조명 아래에서도 빛나지 않았다. 마치 빛을 삼키고 있는 것처럼. 검은 우물처럼. 하지만 그 우물 깊숙한 곳에서, 아주 미세하게, 뭔가가 타고 있었다.
카일은 그것이 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알았다.
자신의 룸메이트는 기록된 마력 0.3%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자신은 이미 그것에 끌려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