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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문파의 마지막 제자

1

# 제1장 눈을 뜨는 순간, 먼지가 폐에 들어찬다. 서명우는 입을 다물었다. 콧구멍으로만 숨을 쉬었다. 황산화된 공기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왼쪽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시멘트 부스러기 속에 묻혀 있었다. 천천히. 서두르지 말 것. 손가락부터 움직였다. 중지, 약지, 소지가 반응했다. 신경은 살아 있다. 혈액 순환도. 명우는 어깨에서부터 왼팔을 천천히 빼냈다. 각 관절을 확인했다. 골절은 없었다. 다만 저린 감각만 남았다. 쓰러진 목재를 밀어냈다. 그 아래는 무언가의 옷감이었다. 천으로 된 것. 명우는 손을 멈췄다. 사람이다. 그는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먼저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갈비뼈를 눌렀다. 통증이 있었으나 부러지지는 않은 듯했다. 다리를 움직였다. 양쪽 모두 정상이었다. 시야가 선명해졌다. 청운산 폐허의 황량한 잔해가 펼쳐져 있었다. 쓰러진 기둥들, 검게 그을린 벽돌, 구부러진 철제 난간. 하늘은 흐렸다. 오전인지 오후인지 알 수 없었다. 태양은 연무 너머에 있었다. 명우는 일어났다. 몸 곳곳에서 모래 같은 것들이 떨어져 나갔다. 옷은 망가져 있었다. 셔츠는 어깨에서 뜯어졌고, 바지는 무릎 아래가 없었다. 왼쪽 뺨에는 검은 자국이 있었을 것이다. 손가락으로 만져보니 상처였다. 말라 있었다. 며칠 전 일인가? 주변을 둘러봤다. 청운파의 본전(本殿)이 있던 자리가 이제는 움푹 팬 자국만 남아 있었다. 그 아래로는 어둠이 있었다. 명우는 그쪽을 보지 않았다. 대신 옆에 누워 있는 것을 봤다. 붉은 도복을 입은 사람. 가슴이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 아래로는 검은 자국이 배어 있었다. 얼굴은 흙으로 덮여 있어서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명우는 무릎을 꿇었다. 손을 그 사람의 목에 올렸다. 맥박은 없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아무 표정도 지어지지 않았다. 일어나서 주변을 다시 살폈다. 폐허 곳곳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다섯 구. 아니, 여섯 구. 한 구는 거의 원형이 남지 않아서 찾기 어려웠다. 모두 청운파의 제자들이었다. 명우는 폐허의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절벽을 향해서. 청운산의 북쪽 절벽이었다. 아래로는 구름만 보였다. 삼백 미터는 있을 것 같았다. 그 아래로 떨어진 것들도 있을 것이다. 그는 손가락을 꼽았다. 정신적으로. 청운파 제자 약 이백삼십 명. 장로 열 명. 파주 한 명. 객경(客卿) 다섯 명. ─ 정신, 차려. 명우는 자신에게 말했다. 입으로 내지 않고, 마음으로. 그는 돌아섰다. 폐허의 중심부로. 가장 깊은 곳으로. 세 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그날도 아침이었다. 밝고 맑은 아침이었다. 해는 청운산의 동쪽 봉우리 위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명우는 그날 새벽 수련을 마친 뒤 주방으로 가고 있었다. 죽 한 그릇을 먹을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 어? 하늘에서 검은 것이 떨어져 내렸다. 명우는 즉시 몸을 날렸다. 옆으로. 검은 것은 그의 어깨 위를 지나 땅을 파고 들어갔다. 화살이었다. 길이가 삼 미터는 넘어 보였다. 그 다음이다. 검은 그림자들이 청운산을 뒤덮었다. 수백 개. 아니, 수천 개. 하늘이 검어졌다. 화살의 비였다. 명우는 달렸다. 가장 가까운 건물로. 입구로. "공격이다! 공격이─" 누군가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 다음은... 연쇄 폭발이었다. 명우는 본전의 지하실로 내려갔다. 다른 제자들이 그곳에 숨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하실은 비어 있었다. 대신 있던 것은... ─ 저승사자들. 검은 갑옷을 입은 것들이 계단 위에 있었다. 수십 개. 눈은 빛났다. 비문(秘文)으로 장치된 것들이었다. 비도(秘刀)는 명우의 손에 있었다. 그는 비도를 뽑았다. 첫 번째 저승사자와의 교전은 짧았다. 비도가 그것의 목을 베어 넘겼다. 그러나 그것이 쓰러지기 전에 다른 열 개가 명우를 향해 움직였다. 명우는 도망쳤다. 지하실 깊숙한 곳으로. 암흑 속으로. 그의 감각만 믿고. 귀로만 듣고. 피부로만 느끼고. 그것들이 자신을 따라 왔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둠에서 약했다. 비문의 빛이 막혔기 때문이었다. 명우는 손으로 벽을 짚으며 더 깊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것을 찾았다. ─ 이 녀석... 파주의 밀실이었다. 청운파주 한정숙이 몰래 파놓은 길. 명우는 거기로 들어갔다. 뒤로는 저승사자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 길을 찾지 못했다. 명우는 흙과 돌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언제였는지는 모른다. 얼마나 오래였는지도. 다만 나왔을 때 태양은 이미 떨어지고 있었다. 청운산은 불 위에 있었다. 아래로는 비명이 계속 들렸다. 그리고 그것도 곧 멈췄다. 명우는 그곳에 머물지 않았다. 산을 내려왔다. 밤중에. 누구 눈에도 띄지 않게. 그리고 사라졌다. ─ 그리고 지금. 명우는 폐허 한가운데 서 있었다. 주변에는 시신들이 있었다. 가까이는 여섯 구. 멀리는 수십 구. 아마도 수백 구가 있을 것이다. 이 폐허 곳곳에. 흙 속에. 돌 아래에. 그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이 폐허가 왜 여기 있는지. 자신이 왜 여기서 깨어났는지. 삼 년이 지났는데. 명우는 폐허의 중심을 향해 걸어갔다. 가장 깊은 움푹함으로. 그곳에는... ─ 흔적이 있었다. 화살의 흔적. 폭발의 흔적. 그리고 무언가 거대한 것이 부서진 흔적. 명우는 돌 위에 손을 올렸다. 부서진 돌의 표면은 매끄러웠다. 화염으로 녹아 굳어진 흔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의 옆에는... 명우는 숨을 깊게 쉬었다. ─ 공중부양의 거점. 청운파의 공중부양의 거점. 파주만이 만들 수 있는 것. 그것이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 주변의 땅까지 파고 들어갔다. 깊이 십 미터는 넘을 것 같았다. 명우는 그곳에서 물러섰다. 그제서야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청운파가 완전히 멸문당했다는 것이. 거점까지 부서졌다는 것이. 그래서 누구도 이곳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이. 그리고 자신이 왜 여기서 깨어났는지도. ─ 생존자. 유일한 생존자. 명우의 입가에서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웃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울음이었다. 아니, 그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소리였다. 의미 없는 소리. 감정 없는 소리. 그는 무릎을 꿇었다. 흙 위에. 주변에는 여전히 시신들이 있었다. 이제는 그들의 얼굴도 보였다. 초사형(初四形) 제자들이었다. 그들은 명우와 같은 반에서 수련했던 것들이었다. 명우는 그들을 보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하늘을 봤다. 하늘은 여전히 흐렸다. 그는 일어섰다. 몸은 움직였으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음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 살아야 한다. 명우는 자신에게 말했다. 다시. 또 다시. ─ 살아야 한다. 그것이 전부였다. 시신들을 밟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을 밟는 것이 모욕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려고 했다. 감정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감정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폐허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청운파의 본전(本殿)이라고 불리던 구조물은 이제 반쯤 무너져 있었다. 목재는 타서 검게 변해 있었고, 석재는 폭발의 충격으로 쪼개져 있었다. 그 사이로 햇빛이 새어 들어왔다. 3년이 지났으면 이 정도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빠르게 파괴된 것들을 삼킨다. 무너진 벽의 틈새에서 뭔가 반짝였다. 명우는 그것을 집어 올렸다. 동제(銅製) 팔찌였다. 표면에는 청운파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운(雲) 자 위로 가는 선이 여러 개 휘어져 있는 모양. 그는 이 팔찌를 본 적이 있다. 엄청나게 많이. 청운자(靑雲子)의 팔찌였다. 명우의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동제가 뜨거운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재빨리 팔찌를 놨다. 그것은 돌바닥에 떨어져 소리를 냈다. 청명한 금속음. 이 폐허에서는 마치 비명처럼 들렸다. "……." 명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의 손을 봤다. 떨고 있었다. 손가락뿐만 아니라 손목도 팔도 떨고 있었다. 이것이 무엇인지 그는 알았다. 감정. 그토록 찾던 감정이 이제 돌아오고 있었다. 그것은 환영이 아니었다. 명우는 폐허 전체를 뒤지기로 했다. 차갑게. 체계적으로. 감정은 뒤로 미루었다. 나중에 처리할 일이다. 본전의 남쪽 코너에서 발견했다. 나무 상자(箱)였다. 표면은 그을음으로 검게 변해 있었지만, 내부는 어느 정도 보존되어 있었다. 아마 무너진 석판 아래 있었을 것이다. 명우는 상자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안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무공서였다. 표지는 해졌고 절반 이상의 페이지가 불에 탔지만, 일부는 읽을 수 있었다. 명우는 제목을 읽으려고 애썼다. 글씨가 흐릿했다. '운로십팔식(雲路十八式)……' 그 아래로 뭔가 더 적혀 있었지만, 불에 탄 부분이라 알 수 없었다. 명우는 페이지를 넘겼다. 첫 번째 식(式)의 설명이 나왔다. '제일식 백운기. 기를 모아 몸을 가볍게 한다. 무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중력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그 다음부터는 지워져 있었다. 완성되지 않은 글씨였다. 펜을 잡은 손이 멈춘 듯했다. 명우는 계속 넘겼다. 대부분의 페이지가 같은 상태였다. 설명의 절반만 적혀 있고, 나머지는 공백이었다. 혹은 불에 탔거나. 혹은 처음부터 적히지 않았거나. 이것은 미완성이었다. 작성 중이던 무공서였다. 명우는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거기에는 단 한 줄만 적혀 있었다. '열여섯 식까지는 완성했다. 나머지 두 식은……' 거기서 끝났다. 영원히 끝났다. 명우는 무공서를 내려놨다. 손가락으로 책장을 짚었다. 종이는 연약했다. 조금만 더 힘을 주면 부스러질 것 같았다. 두 번째 물건을 집어 올렸다. 일기장이었다. 표지의 색깔은 갈색이었으나, 지금은 검은색에 가까웠다. 명우는 천천히 펼쳤다. 첫 번째 페이지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청운력 487년 12월 15일' 명우는 계산했다. 청운력은 청운파가 만든 독자적인 연호였다. 일반적인 력법으로는 3년 전이었다. 정확히는 3년 하고 이틀 전이었다. 명우는 읽기 시작했다. '오늘 명우가 초사형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그 아이는 우리 청운파의 미래다. 강함도 강함이지만, 무엇보다 차분함이 있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정신. 이것이 진정한 도인(道人)의 자질이다.' 글씨는 크고 당당했다. 하지만 흔들리는 부분도 있었다. 필압이 일정하지 않았다. '명우를 보면 생각난다. 내가 초사형이던 시절. 나도 그렇게 뛰어났나? 아니다. 나는 명우보다 못했다. 명우는 다르다. 명우는……' 그 부분도 지워져 있었다. 아니, 지운 것이었다. 반복적으로 펜으로 그어서 글씨를 없애 버렸다. 명우는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날짜는 일주일 뒤였다. '명우가 내 처사실(處舍室)로 찾아왔다. 무공 수련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고 했다. 내가 해줄 말이 있을까? 그 아이는 이미 나보다 높은 곳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말했다. 시간을 가지라고. 서두르지 말라고.' 그 아래로는 낙서가 있었다. 같은 글자를 반복적으로 쓴 것이었다. '서두르지 말라. 서두르지 말라. 서두르지 말라……' 명우의 목이 칼칼해졌다. 더 읽었다. 그 다음 페이지들도. 그리고 그 다음 페이지들도. '명우는 최근 며칠간 내 주변을 맴돈다. 무언가 물어보려는 것 같은데,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것이 귀엽다.' '명우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더 이상 수련만을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것을 생각한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오늘 명우가 나에게 물었다. 사람이 바뀔 수 있느냐고. 나는 대답했다. 모든 사람은 바뀐다고. 그것이 성장이라고. 명우는 그 말을 듣고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날짜는 점점 가까워졌다. 3년 전의 그 날로. '내일이다. 내일 통천향(通天香)이 타오른다. 나는 그 향기를 맡으며 수련을 시작할 것이다. 명우도 함께. 우리는……' 그 문장은 끝나지 않았다. 그 다음 페이지는 찢겨져 있었다. 명우는 일기장을 내려놨다. 하지만 손을 뗄 수 없었다. 그것을 누가 썼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글씨의 형태, 습관적인 띄어쓰기, 마지막 문장의 표현 방식. 청운자가 썼다. 자신의 스승이 썼다. 명우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다시 그 감정이 돌아오고 있었다. 아니, 이번에는 감정이 아니었다. 이것은 신체의 반응이었다. 그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는 팔찌를 다시 집어 올렸다. 동제는 여전히 차갑게 식어 있었다. 명우는 그것을 힘껏 쥐었다. 금속이 손가락에 파고들었다. "……." 호흡을 고르려고 했다. 하지만 호흡은 거칠어졌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 살아야 한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다시. 또 다시. 하지만 이제 그 말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 살아야 한다. 그것은 생존의 의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약속이었다. 명우는 무공서와 일기장을 다시 상자에 담았다. 손이 떨렸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상자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폐허를 떠났다. 청운산의 햇빛은 여전히 차갑고 희했다. 하늘은 여전히 흐려 있었다. 하지만 명우의 눈은 이미 무언가를 향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향하고 있었다.